“1,600원은 못 간다”…외환당국, 투기세력 겨냥 ‘총력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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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원은 못 간다”…외환당국, 투기세력 겨냥 ‘총력 진화’

뉴스로드 2026-06-09 06: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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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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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외환당국이 1,600원을 향해 치솟던 원/달러 환율을 겨냥해 투기성 거래를 정조준하며 강도 높은 안정화 조치에 나섰다. 미국 금리 인상 기대와 외국인 매도세 속에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하자, 구두개입에 이어 국민연금의 환헤지까지 동원하며 ‘총력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555원을 웃돌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다. 시장 일각에서는 “1,600원대도 열려 있다”는 우려가 공공연히 제기됐다. 전날 이른바 ‘F4’로 불리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어 “환율 쏠림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투기적 거래에 엄정 조치를 경고했지만, ‘검은 월요일’로 불릴 만큼 주식·환율 동반 불안이 이어지자 당국이 다시 전면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는 이날 오전 11시45분 공동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수급 요인 이외에도 역외 차액결제 선물환(NDF) 등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변동성을 증대시킨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과 이형렬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이 공동명의로 낸 이번 메시지는, 환율이 1,480원을 돌파해 1,500원을 향하던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6개월 만에 나온 국장급 공동 구두개입이다.

당국은 현재 환율 수준이 국내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에 근접한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고 있고, 외화 유동성도 충분한데, 미국 정책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와 외국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편승한 투기성 ‘상승 베팅’이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인식이다.

특히 역외 NDF 시장에서 형성된 환율이 국내 현물환 시장을 끌어올리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당국은 NDF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역외 NDF 물량을 국내 직거래(DF) 시장으로 흡수하는 제도적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기업들의 ‘달러 쌓아두기’도 수급 왜곡 요인으로 지목된다. 과거와 달리 국내 은행 시스템 내 외화 유동성은 넉넉하지만, 수출업체들이 환율 상승을 기대하며 수출대금을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시장의 달러 부족감이 과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외국환은행 등 시장 참가자를 대상으로 서면 검사 등을 통해 투기적 거래·시장 교란 여부를 점검하는 한편, 수출 기업들에게 수출대금 환전을 적극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구두개입과 보조를 맞춰 국민연금공단도 연초 중단했던 환헤지를 재가동했다. 국민연금은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국은행·재정경제부·보건복지부·국민연금이 함께 설계한 ‘뉴프레임워크’에 따른 대응으로, 공적 연기금의 헤지 전략을 외환시장 안정 장치로 활용하는 새 틀이다. 국민연금의 선물환 매도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530원 아래로 내려가는 등 급등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당국의 강경한 태도에 단기 변동성 확대의 ‘급한 불’은 다소 진정된 분위기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미국 통화정책 방향, 중동 정세, 외국인 투자자금 흐름 등 대외 변수들이 여전히 환율 상방 압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당국 개입이 시장을 왜곡하려는 투기 세력에 경각심을 주는 효과는 있다고 본다”면서도 “미국 통화 정책부터 중동 정세, 외국인 투자 자금 등 대외 변수들이 환율을 끌어올리는 힘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당국 개입만으로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간에 1,400원대 진입은 어려워 보인다”며 “당분간 1,520∼1,560원 범위 안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외국인 순매도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미국 고용 지표 호조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다음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도 있는 만큼 아직 환율 상방 압력이 더 우세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환율 상단은 당분간 1,570원까지는 열어놔야 한다”며 “이번 주에도 환율 하단이 계속 올라간다면, 상단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외국인 매도세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 필적하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뤄졌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주의 외국인 지분율도 크게 낮아진 만큼, 추가적인 대규모 매도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외국인 투자 자금의 신규 유입 조짐도 관측되고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투기 세력에 대한 경고와 국민연금 환헤지 재개가 단기 급등세를 누그러뜨리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방향성은 여전히 미국 통화정책과 글로벌 리스크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외환당국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은 용인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1,600원 돌파 시도에 대해서는 추가 구두개입과 실물 개입을 동원한 강경 대응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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