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선거는 끝났지만 도민의 명령은 이제 시작이다.“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의 이 한마디는 단순한 당선 소감이 아니다. 앞으로의 도정 운영 철학을 압축한 선언에 가깝다.
정치권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인수위원회'가 꾸려진다. 당선인의 공약을 정리하고, 현안을 파악하고, 권력을 넘겨받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수위는 국민도, 주민도 모르는 사이 비공개로 진행된다. 회의실 문은 닫혀 있고 결과만 발표된다.
박수현 당선인이 꺼내든 카드는 정반대다.
그는 아예 '인수위원회'라는 이름부터 버렸다. 대신 '통하는 충남 준비위원회'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다. 운영 방식 자체를 뒤집겠다고 선언했다.
실·국 업무보고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고, 취임 전 충남 전역을 돌며 도민들과 타운홀 미팅을 열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도민이 보는 앞에서 일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 약속이 실제로 지켜진다면 충남도정은 물론 지방자치 역사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장면이 펼쳐질 수 있다.
그동안 지방정부는 늘 '소통'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이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여다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결과는 공개됐지만 과정은 비공개였다. 주민들은 정책의 소비자에 머물렀고, 행정은 공급자 역할에 익숙했다.
박수현 당선인이 제시한 모델은 다르다.
정책 결정 과정을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취임 전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것이다. 성공한다면 충남도정은 '참여형 행정'의 새로운 실험장이 될 수 있다.
물론 우려도 있다.
업무보고 생중계가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민감한 사안을 제외하다 보면 핵심 내용은 빠지고 형식만 남을 수도 있다. 타운홀 미팅 역시 정치적 퍼포먼스로 소비될 위험이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개 자체가 아니라 실질적 변화다.
도민들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공개된 행정이 얼마나 책임 있는 결과로 이어지는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이번 준비위원회 인선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앙과 지방 행정을 모두 경험한 이재관 의원을 위원장으로 세운 것은 새 정부와 충남을 연결하는 가교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동시에 전임 도정의 성과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점은 정치적 진영 논리를 넘어 실용 행정으로 가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충남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AI와 첨단산업, 농업과 문화, 복지와 균형발전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도민의 신뢰와 행정의 실행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수현 당선인은 '통하는 충남'을 이야기했다.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업무보고를 공개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비판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타운홀 미팅을 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주민의 요구를 정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정치는 결국 말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충남도민들은 지금 새로운 도지사의 약속을 지켜보고 있다. 만약 박수현 당선인이 '소통'을 구호가 아닌 시스템으로 정착시킨다면, 이는 단순한 도정 출범을 넘어 지방자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충남의 변화는 준비위원회 출범과 함께 이미 시작됐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변화가 보여주기식 혁신인지, 대한민국 지방행정의 새로운 모델이 될 진짜 혁신인지를 증명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