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6’ 현장에서 만난 대만의 반도체 석학들은 대만과 한국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차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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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반도체의 힘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 기업 TSMC 한 회사의 성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설계(팹리스), 파운드리, 후공정, 장비 기업들이 저마다 자리에서 경쟁하며 협력하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대만 신주시에 위치한 산업 클러스터 신주과학단지에 가보니 도보 10여분 정도 거리 안에 중견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밀집해 긴밀하게 연결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한국은 오랫동안 대기업 중심의 성장 모델에 익숙했다. 삼성과 SK의 투자에 협력업체가 따라붙고, 이들 기업의 전략이 곧 산업의 방향이 됐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에서 한국이 세계 1위에 오른 것도 이 같은 집중력 덕분이었다. 문제는 이 때문에 이들 기업이 주력하는 메모리 위주 쏠림이 크다는 한계도 있다.
반면 대만은 설계 분야에서 글로벌 2위, 생산과 후공정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면서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서 높은 시장 지배력을 구축했다. 전 분야에서 생태계를 조성한 결과다. 이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더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 첨단 패키징, 서버 조립, 냉각, 전력 인프라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대만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후공정, 장비·소재, 서버·전력·냉각 인프라까지 이어지는 산업 전략의 재편이 필요하다. 메모리 강국을 넘어 AI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도약하기 위해 대만식 산업 생태계에서 배울 점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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