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바로 현대차의 시간입니다. 여러분이 쌓아온 모든 것과 전문성을 갖춘 모든 분야가 이제 AI와 결합하게 되고, 그 순간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AP신문 = 강소은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임직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단순한 덕담을 넘어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 방향을 압축한 선언에 가까웠다.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제조 공정, 데이터센터를 인공지능(AI)으로 묶는 이른바 ‘피지컬 AI’ 협력 구상이 정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젠슨 황 CEO는 이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약 1시간 동안 별도 회동을 갖고 자율주행, 로보틱스, AI 인프라 구축 방안 등을 논의했다. 회동 이후 그는 취재진에게 “정 회장과 그의 경영진과 좋은 논의를 나눴고 앞으로 함께 진행할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이 많이 있다”며 “두 회사는 모든 형태의 모빌리티에 AI를 적용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논의의 핵심 축은 새만금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약 9조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 등을 구축하는 새만금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정 회장은 젠슨 황 CEO에게 이를 직접 소개하며 AI와 로보틱스, 데이터센터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젠슨 황 CEO는 정 회장의 초청에 “훌륭한 삼겹살만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고 답했다"는 재치 있는 멘트로 화기애애한 기류를 이어갔다.
특히 젠슨 황 CEO는 새만금을 '한국형 AI 인프라 거점'으로 치켜세우며 프로젝트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에 AI 밸리를 만들고 있다”며 “한국은 AI TOP 국가 중 하나이고, AI를 생산하려면 자동차 공장처럼 AI 팩토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는 우수한 연구 인력과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 잠재력이 큰 로봇공학 산업을 갖추고 있는 만큼, 대규모의 AI 인프라를 갖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모빌리티 협력도 한층 구체화됐다. 젠슨 황 CEO는 “정 회장은 기술 개발에서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확장하고 더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엔비디아의 차량용 AI 플랫폼을 활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향후 로보택시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제조 현장 자동화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로보틱스는 양측 협력의 또 다른 축이다. 젠슨 황 CEO는 “로보틱스의 산업화는 매우 가까워졌다”며 “현대차그룹의 로봇 플랫폼을 어떻게 더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제조 공정에 통합할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수소충전로봇 등은 이날 양재사옥 로비에서 젠슨 황 CEO에게 직접 소개됐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이 엔비디아의 보스턴다이내믹스 투자로 이어질 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김진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6~7월 중 소프트뱅크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엑시트 가능성이 있고, 이는 구글과 엔비디아 등의 전략적 투자(SI)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로봇 훈련 거점인 로봇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가동하면 양측 협력은 더 넓어질 수 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와 시뮬레이션 플랫폼, 현대차그룹의 로봇·제조·모빌리티 데이터가 결합할 경우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산업용 로봇을 아우르는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현장의 끈끈한 파트너십도 협력 기대감을 키웠다. 무엇보다 젠슨 황 CEO는 이날 수차례 정의선 회장과의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정 회장과 저는 매우 좋은 친구이자 아주 소중한 친구”라며 “이 새로운 시대에 AI의 다음 진화인 로봇공학을 이용하고 창조하기에 현대차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 역시 “엔비디아와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행운”이라며 황 CEO와의 협력 관계를 높이 평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회동은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AI 기반 모빌리티·로보틱스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라며 “새만금 AI 밸리 구상에 엔비디아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국내 AI 인프라와 로봇 산업의 투자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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