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기념해 8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인 6·3지방선거가 끝난 직후인 데다 2개 내각 출범을 예고한 시점이라는 점, 차기 여당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있다는 점 등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에 적잖은 관심이 모아졌다. 이날 가장 눈길이 쏠렸던 4개의 대목을 집중 분석해봤다.
"여당은 그릇, 들어온 사람 모욕하면 되겠나"…'뉴 이재명 공격 지적' 분석
이 대통령은 여당과 야당의 관계를 공성전에 비유했다. 표현에 따르면 공격을 맡은 야당은 '창', 수성하려는 여당은 '그릇'이다. 여당은 그릇으로서 더 많은 이들이 성 안에 들어오도록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성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전에는 욕하던 사람일 수도 있고 우리와 색깔이 다른 사람일 수도 있고 생각이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그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 포용·통합의 역할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집안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원래 우리 색깔은 이거야', '너 배고파서 들어왔지', '얻어 먹을 게 있어서 온 거지', '언제든지 나가서 배신할 거지'하고 모욕하면 그게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는 여당으로서 포용과 통합을 중시해야 한다는 일반론으로 볼 수 있지만 당내의 '뉴 이재명' 세력에 대한 공격을 지적한 대목으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여권에서 쉬쉬하는 '친명 대 친청' 갈등이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 대통령이 에둘러 입장을 나타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강한 민주당은 '외유내강', '바다'…'조국 지지' 유시민·김어준 겨냥했나
이날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 자신이 했던 발언을 다시 언급했다. '이기는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 '강한 민주당'이 그것이다. 이를 두고 지금의 민주당이 '이기고 유능하고 강한' 민주당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유능해야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제가 생각하는 강함은 '외유내강'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짜 강한 것은 바다처럼 다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다르다는 것을 원래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다름을 강조하면 다 적군이 되고 똑같은 사람만 찾으면 혼자밖에 남지 않는다"며 "같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정치고 특히 집권을 했으면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동시에 "과격한 표현이나 색채를 구분한다든지 사상 검열을 한다든지 이해관계를 가지고 모욕한다든지 이러면 안 된다"고도 했다.
이 역시 앞서 밝힌 그릇 이야기와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더 구체적으로는 이번 6·3재보선 과정에서 김용남 평택을 후보를 '외부인' 취급하고 이른바 'ABC론'을 내세운 유시민 작가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를 드러내놓고 지지한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 등을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지방선거엔 "최소한 성공 아냐, 제사 땐 온 마음 다해야"…정청래 비판 해석도
이번 지방선거·재보궐선거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보다 더 강한 표현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겼느냐 졌느냐는 기준에 따라 다르다"면서도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다르고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같은 발언 배경에는 본래 민주당 지역구였으나 이번에 빼앗긴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갑, 그리고 탈환 가능성이 높았지만 막판 역전패로 끝난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실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대통령은 "결국은 국민들의 경고고 대통령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그것조차도 우리 국민이 저에게 또는 이 정권에 주는 경고"라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곧바로 지적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제사를 지내면 정말 온 마음을 다해야 하지, '끝나면 어떻게 즐겁게 놀아볼까' 이렇게 하면 되겠나"라며 "겸손한 자세로 죽을힘을 다하는 것하고 딴 마음 먹는 것은 완전 다르다"고 말했다. 선거 운동을 통해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당권 도전 김민석 총리에 "뛰어난 리더십…이젠 다른 역할 맡는 게 더 적정"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내각이 아주 잘 굴러갔다고 생각한다"며 "김민석 총리의 뛰어난 리더십으로 내각은 큰 소리나 잡음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제가 제시하는 방향대로 치열하게 잘 달려왔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이렇게 단기간 내에 구체적 성과를 많이 낸 내각이 있을까 싶을 정도"라고도 했다.
실제로 기자회견 전반적으로 드러난 이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향후 국정기조의 방향은 변화보다는 강화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고물가·고환율·부동산 등의 문제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거나 해법에 큰 변화를 시사하지 않았다.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2030 여성의 여당 지지세 약화 및 청년층 민심 이반이나 공소취소 특검 문제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거나 기존 입장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이 대통령은 김 총리에 대해 "이제는 또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역할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김 총리의 능력과 성과를 강조하는 동시에 8월 전당대회 도전 행보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폴리뉴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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