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한반도' 빼고 '北中 교류' 강조…새 대북관계 정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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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한반도' 빼고 '北中 교류' 강조…새 대북관계 정립하나

연합뉴스 2026-06-08 22:37: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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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의 방북서 '비핵화' 언급 안해…'외교·치안·군대 교류' 등 새 목표 제시

두만강 문제 등 논의 가능성…"정상국가 표방 北과 외교관계 재정립 공감" 해석도

악수하는 북중 정상 악수하는 북중 정상

[AP·신화=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김현정 정성조 특파원 = 7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나 '비핵화'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채 북중 양자 협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치중했던 그간의 북중 회담과 달리 시 주석이 여느 일반적인 국가와 정상회담을 할 때 쓰는 언급들을 했다는 평가와 함께, 중국이 '정상 국가'를 표방하고 나선 북한과 새로운 차원의 외교 관계를 정립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가 8일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후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두 정상의 발언 내용 가운데 한반도를 의미하는 단어 '조선반도'나 '반도'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2019년 6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중국 측 보도자료를 보면 '반도'는 시 주석의 언급에서 총 9차례,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6차례 등장한다.

시 주석은 당시 "조선반도의 형세는 지역의 평화·안정에 관련된다", "반도 문제는 고도로 복잡하고 민감하다", "중국은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지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조건을 누적·창조할 것", "반도의 비핵화와 지역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 등 발언의 상당 분량을 할애해 한반도 문제에 관한 중국 입장을 설명했다.

9개월 전인 작년 9월 베이징 정상회담 발표문에서도 횟수가 감소(시 주석 2회·김 위원장 1회)하기는 했으나 '한반도' 언급은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중국 측 발표문을 보면 시 주석은 "조선반도 문제에서 중국은 시종일관 객관·공정의 입장을 견지했다"며 "계속해서 조선과 협조를 강화하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안정 수호를 위해 힘쓸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북한)은 조선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공정한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며 "유엔 등 다자 플랫폼에서 계속해서 협조를 강화하면서 양국의 공동·근본 이익을 잘 수호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 두 사람의 대화에선 '한반도'가 빠졌고, 북중 양자 관계 언급 분량이 늘었다. 또 북중 관계를 전략적·국제적 각도에서 바라보는 색채가 짙어졌다.

'한반도'가 언급되지 않으면서 7년 전 회담 발표문에 있었던 '비핵화'도 함께 사라졌다.

이날 중국 측 발표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나는 총비서 동지와 함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신시대 중조(중북) 관계의 정층설계(최고 단계에서 전체 국면을 다루는 하향식 설계)와 전략적 인도를 강화하고, 중조 관계가 시대와 함께 나아가며 더 큰 발전을 얻도록 추진할 것"이라면서 "지역, 나아가 세계의 평화·안정과 발전·번영에 긍정적 공헌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중조 관계 발전에 관한 4대 의견'을 제시하며 양자 관계를 고위급 교류와 실무 협력, 민간 교류, 전략적 협력의 네 가지 층위로 세분화하고,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목표를 거론했다.

특히 이날 시 주석은 처음으로 '외교·법 집행(치안)·군대 등 분야의 교류 강화'를 북중 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그간 중국은 러시아 등 우방 국가나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에서 '외교·국방'(2+2)과 '외교·국방·법 집행'(3+3)의 정부 간 프레임을 활용해왔는데, 북한과의 교류 역시 '물밑 공조'가 아니라 공식적인 국가 간 왕래의 형태를 띠게 될 수 있게 됐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시 주석이 "국경 통상구의 전면적 재개통과 민항 항공편, 국제 여객 열차 운영 재개를 계기로 인적 왕래를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신의주-단둥 국경에 있는 신(新)압록강대교 개통이나 곧 연한이 도래하는 나진항 10년 사용권 문제, 광역두만개발계획(GTI) 추진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이 러시아와 논의해온 두만강 출해(해양 진출) 문제도 이날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 주석은 북한의 최대 '우방'다운 실질적 지원 가능성도 거론했다.

북한과 상호 간에 발전 전략의 연계성을 높이겠다는 점과 경제·무역·농업·건축·과학·기술·의료·보건 등 실무적인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점, 교육·문예·관광·체육·청년·지방 등 교류 협력을 활성화하겠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그간 '한반도' 안에서 북한 문제를 다뤄온 중국은 이날 시 주석의 말을 통해 북한을 '글로벌·아시아'의 구도 안에 놓았다.

시 주석은 자신이 제창한 '인류 운명공동체'와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 '국제적인 공평·정의' 등을 거론하며 북중 관계를 명실상부한 '국제 관계'의 일부로 호명했고, "아시아는 중국과 조선(북한) 등 지역 국가의 터전"이라는 표현을 처음 꺼내 들기도 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정상 국가'를 표방한 만큼 북중 정상이 그에 맞는 외교를 전략적으로 해보자는 취지에 공감한 것 같다"면서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보유국' 주장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공개적으로 자기주장을 넣지는 않았고, 묵인 외교(대북 제재를 우회해 국경 등에서의 교역을 묵인하는 것)를 통해 제재의 숨통을 열어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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