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가유산 정책의 고질적인 병폐인 ‘관리 이원화’가 한계에 다다랐다. 현재 사적지 등 부동산 유산은 국가유산청이 관리하고 동산 유물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국립박물관이 분할 관리하는 기형적인 체계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일제가 남긴 유산으로 조선총독부박물관을 승계한 국립박물관과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문교부 문화국 내 ‘교도과’로 시작해 1955년 문화보존과로 개편돼 오늘날 국가유산청이 된 두 조직의 출발점부터 달랐던 역사적 비극에서 기인한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은 유일하게 국가유산청이 관리하는데 이는 구 대한제국 황실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이왕직을 개편해 만든 구황실재산사무총국과 문교부 문화보존과가 1961년 통합하면서 문교부 외국(外局)인 문화재관리국으로 출범해 오늘날에 이른 결과다.
현장의 행정적 비효율과 조직 간 갈등은 갈수록 심각해진다. 국가유산청은 국립박물관의 지역박물관 인프라를 연계·활용하지 못해 별도의 지역 사무소를 따로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인력과 예산의 불필요한 중복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분절적 관리가 유산을 역사적 맥락 없이 파편적으로 바라보는 ‘점(點) 단위의 문화재적 관점’에 머물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는 유산을 역사·문화적 공간 및 공동체라는 선과 면의 개념으로 파악하는 현대적 국가유산의 시대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과거 제국주의 박물관은 유산을 유래지에서 강제로 떼어 내 수탈했다. 현재 국립박물관의 중앙집권적 유물 관리 방식 체계 역시 지역의 역사적 맥락을 단절시키고 유물을 고립시킨다는 점에서 수탈적 방식과 본질적으로 궤를 같이한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현재의 국립박물관 정책이 고향을 잃어버린 ‘고아 문화재’를 양산한다고 통렬히 비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는 인하대 산학협력단에 ‘국립박물관과 문화재청의 통합 방안’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당시 인하대 산학협력단이 제출한 연구보고서는 두 기관의 물리적·기능적 이원화 체계가 국가유산 관리의 전문성을 저하하고 막대한 행정 낭비를 초래한다고 규명했다. 보고서는 유산의 보존(문화재청)과 전시·활용(박물관) 체계를 일원화해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함을 역설했다. 해외 주요 선진국의 단일화된 국가유산 관리 모델을 제시하며 ‘두 기관의 전면 통합이 가장 타당하다’는 명확한 정책적 결론을 도출했다. 그러나 부처 간 이기주의와 관료주의 장벽에 가로막혀 15년여가 지난 지금도 통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제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를 맞아 더 이상 이 해묵은 과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립박물관과 국가유산청을 전면 통합하고 이를 ‘국가유산부’로 확대 개편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결단해야 한다. 국가유산부로의 개편은 단순히 행정조직을 합치는 일차원적 결합이 아니다. 동산과 부동산 유산의 이원화를 극복해 국가유산의 온전한 생태계를 회복하는 국가적 과업이다. 나아가 유산을 원래 있던 출처지와 역사적 맥락 속으로 돌려보내는 체계적 혁신의 시작이다. 정부는 시대적 소명에 응답해 온전한 국가유산 보존과 민족 문화의 회복을 위한 국가유산부 개편에 나서야 한다. 문화재청장을 지내고 현재 국립박물관장 소임을 하는 유홍준 관장이 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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