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만 2천' 환호 뒤에 가려진 골드만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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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만 2천' 환호 뒤에 가려진 골드만의 경고

폴리뉴스 2026-06-08 19:22:15 신고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78.82포인트(5.54%) 내린 8,160.59에, 코스닥은 47.29포인트(4.50%) 내린 1,002.44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78.82포인트(5.54%) 내린 8,160.59에, 코스닥은 47.29포인트(4.50%) 내린 1,002.44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3일, 스마트폰 뉴스피드를 열었던 한국 투자자들은 기분 좋은 소식을 접했다. "골드만삭스, 코스피 목표치 1만 2,000으로 올렸다." 세계 최고 투자은행이 한국 주식시장을 극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코스피는 1년 새 100% 가까이 오른 상태였다. '더 오른다'는 말에 많은 투자자들이 추가 매수 버튼에 손을 얹었다.

닷새 후인 6월 8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4% 폭락했다. 이틀 전 5% 급락에 이어 연속 충격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그 골드만삭스 보고서에는 "지금 헷지하라"는 경고도 함께 들어 있었다. 외신은 그 경고를 크게 다뤘다. 한국 언론만 침묵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담고 있었다.

하나는 "한국 주식 더 오른다"는 낙관론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금 하락에 대비한 보험을 사두라"는 경고였다. 특히 '풋스프레드 칼라'라는 구체적인 위험 대비 전략까지 명시했다. 글로벌 IB가 특정 국가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이런 구체적 경고를 공개 보고서에 쓰는 건 드문 일이다.

로이터(Reuters)는 이 경고를 기사 첫 문장에 배치했다. 블룸버그(Bloomberg)는 낙관론과 경고를 동등한 비중으로 다뤘다. CNBC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국내 주요 경제지들의 기사에서는 그 경고가 한 줄도 보이지 않았다.

골드만삭스가 하락을 걱정한 이유는 막연한 느낌이 아니었다. 보고서는 다섯 가지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첫째, 코스피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 이 두 기업이다. 두 종목이 흔들리면 시장 전체가 흔들린다.

둘째, 레버리지 ETF(수익률을 2~3배로 키운 고위험 상품)에 돈이 급격히 몰리고 있었다. 투기적 자금 유입의 전형적인 신호다.

셋째, 개인 투자자들의 단타·테마 매매가 크게 늘었다.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뜨는 테마만 쫓는 매매가 늘어날수록 시장은 불안정해진다.

넷째, 반도체 한 업종에만 너무 쏠려 있다.

다섯째, 1년 새 100% 오른 지수는 기술적으로 조정이 올 수밖에 없는 임계점에 도달해 있었다.

골드만은 이를 근거로 코스피의 이론적 하방 지지선을 7,820포인트로 계산했다. 보고서에서 경고의 핵심 단어였던 '풋스프레드 칼라'는 한마디로 주식 하락 보험이다. 주식을 팔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일정 수준 이상 떨어졌을 때 손실을 막아주는 장치를 같이 사두는 것이다. 자동차 보험과 비슷하다. 차를 팔지 않고 몰면서,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해 보험을 드는 것처럼. 골드만이 이 전략을 명시적으로 권고했다는 것은 사실상 이렇게 말한 것과 같다. "우리는 더 오를 거라고 보지만, 한 번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미리 대비해 두라." 한국 언론이 전달한 메시지는 앞 문장뿐이었다. 뒷 문장은 사라졌다.

정보 비대칭'이라는 말이 있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서로 다른 정보를 갖고 있는 상태다. 이번 경우는 더 심각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경고를 알고 있었고, 한국 개인 투자자들만 몰랐다. 그 차이는 계좌 잔고의 차이로 직결됐다.

골드만삭스의 코스피 1만 2,000포인트 목표가 완전히 틀렸다는 게 아니다. 그 목표에 도달하는 길이 울퉁불퉁할 수 있다는 경고는 정확히 현실이 됐다는 얘기다. 한 장의 보고서에는 두 개의 문장이 있었다. 하나는 희망이었고, 하나는 경고였다. 독자에게 어떤 문장을 전달할지 선택하는 것은 언론의 몫이었다. 그 선택의 결과를 확인한 것은 투자자들의 계좌였다.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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