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경제성이 바꾸는 농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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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경제성이 바꾸는 농업의 미래

아주경제 2026-06-08 18:33: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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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호
최광호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
지금 농업은 더 이상 경험과 관행만으로 버틸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생산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농촌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노동력 부족과 생산비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농업 현장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변화 앞에서 기존의 방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농업은 과학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산업이 돼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과학기술로 만드는 활기찬 농업·농촌, 더 나은 미래'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 개발을 넘어 농업 구조 자체를 바꾸고, 미래가치를 만들어 가겠다는 선언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농업의 핵심은 분명하다. 농업경영체에 실제 이익을 주는 기술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던지는 질문은 단 하나다. "이 기술, 현장에서 정말 도움이 되는가?"
 
기술의 우수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연구실 안에서 뛰어난 성과로 평가받는 기술이라도 농업인이 선택하지 않거나 소득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농가의 소득을 늘리고, 노동 부담을 줄이며,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이 기준이 바로 농업R&D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연구개발의 모든 과정에서 경제성을 반영하는 전주기 경제성 분석 체계, 즉 사전-사후-보급-추적 분석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연구의 시작부터 현장 정착 이후까지 경제적 가치를 계속 점검하는 시스템이다.
 
첫째, 사전 경제성 분석이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해당 과제가 실제로 추진할 가치가 있는지를 따지는 과정이다. 비용 대비 효과, 농가소득 기여 가능성, 현장 적용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경제성이 낮다면 보완하거나 과감히 조정한다. 이는 한정된 연구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선택이다. 연구 출발점에서부터 경제성을 따진다는 것은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현장이 원하는 기술에 연구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둘째, 사후 경제성 분석이다. 연구가 끝난 뒤, 기술이 만들어낸 성과를 숫자로 확인한다. 개발된 기술이 어느 정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는지, 기술이전과 사업화로 이어졌는지를 점검한다. '센서기반 자율주행 농기계', '황기·참당귀를 이용한 탈모예방 및 치료물질', '고아밀로스 도담쌀을 이용한 다이어트용 선식', '흰민들레를 이용한 인지기능 장애 예방·치료 조성물질' 등은 수십 건의 기술이전과 수억원에 이르는 선납기술료를 받은 사례들이다. 이는 농업 R&D가 논문과 보고서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적 성과와 경제적 가치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보급경제성은 기술의 방향을 바꾸는 단계이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여러 기술 가운데 농업인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을 비교·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기술을 보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기술이 현장에서 더 큰 효과를 내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노동시간 절감, 작업편의성 등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기준이 여기에 포함된다.
 
마지막은 추적경제성 분석이다. 기술이 현장에 적용된 이후 실제 소득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확인한다. 기대했던 효과가 실제로 나타났는지, 보급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핀다.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즉시 개선방향을 찾는다. 현장의 목소리가 다음 연구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사후관리가 아니다. 현장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다음 연구의 정밀도는 높아지고, R&D 투자 대비 효과는 복리처럼 커진다.
 
이러한 체계는 농업R&D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을 얼마나 많이 개발했느냐가 아니다. 그 기술이 실제로 선택되고, 활용되고, 성과로 이어지는가의 문제이다. 전주기 경제성 분석은 국가 연구개발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이기도 하다. 동시에 농업정책의 정교함과 신뢰성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납세자의 연구예산이 농업인의 소득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 그것이 공공 R&D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농업의 미래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과학기술이 방향을 제시한다면, 경제성은 그 방향이 옳은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이제 농업은 '좋은 기술'을 넘어, '현장에서 선택받는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은 분명하다. 경제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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