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국내로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지난해 360억5000만 달러에 그쳤지만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ODI)는 719억 달러로 FDI의 두 배를 웃돌았다. FDI는 외국 기업이나 개인이 국내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거나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투자로, 한국 경제에 대한 중장기 투자 매력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고환율은 FDI 유입을 늘릴 수 있는 조건이다. 환율이 높을수록 외국인 입장에서는 적은 달러로 더 많은 원화 자산과 설비를 확보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FDI가 늘면 달러가 국내로 유입돼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환율 안정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2025년 FDI는 전년(345억7000만 달러) 대비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환율에도 FDI가 기대만큼 늘지 않은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경제 펀더멘털을 중장기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공급망 재편과 대미 투자 확대 기조가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 이전이 가속화된 점도 환율 수급 불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미국의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고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공장 투자를 대폭 늘려왔다. 실제 해외 직접투자 건수는 2020년 1만657건에서 2024년 1만3190건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직접투자 유출뿐 아니라 증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까지 겹쳤다. 올해 들어 이달 5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19조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가 단기간 8000포인트를 넘기면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이에 올해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커질 때마다 환율이 동반 상승하는 동조화가 나타나고 있다. 또 매월 무역수지가 소폭의 흑자를 기록하며 외화를 벌어들이더라도 이를 훨씬 뛰어넘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 대금 환전(달러 매수) 수요가 몰리면서 무역 흑자 효과 역시 상쇄하고 있다.
특히 올해 중동 전쟁이 전면화된 이후 외국인 자금의 이탈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확산 국면과 비교해도 최근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는 유동성 압박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어, 수출로 확보한 무역 흑자분만으로는 이들의 달러 환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원화 수급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약정을 꼽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지 통화인 달러로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는 만큼 수출입이 크게 늘었다고 해도 원화로 환전해서 국내로 자금을 가지고 들어올 유인이 없다"며 "투자가 본격 집행되면 대규모 달러 수요가 발생한다는 점도 시장 참여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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