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2천여명 집결…정치구호 빈발하며 참가자 간 마찰 격화
"가짜 경찰 없다" 입장에도 국적 공개 청구…서울대도 학내 공방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김채린 윤민혁 기자 =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닷새째를 향하는 가운데 '아스팔트 보수'로 여겨지는 강경 세력의 동참이 이어지며 시위의 정치색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8일 오후 5시 현재 시위가 열리는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은 고령의 시위 참가자가 눈에 띄게 많아진 상황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2030 젊은층이 주축이 되어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태극기만 들도록 참가자들이 유도했지만, 이날은 깃발 3개 중 1개 골로 성조기가 급증했다.
주말 시위에서는 '성조기 자제령'이 내려졌었다. 이번 사태와 미국이 관계가 없을뿐더러 성조기가 주로 극우 단체의 상징물로 여겨진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평일이 된 이날 현장에는 성조기와 함께 'Stop the steal(표 도둑질을 멈추라)' 등 부정선거 주장 단체가 즐겨 쓰는 구호도 등장했다.
역시 정치권과 거리를 두자며 '재선거' 구호만 외쳤던 전날과는 딴판이다.
ROTC(학군사관) 모자를 쓰거나 단체복을 맞춰 입은 고령 참가자가 주변의 청년에게 "5·18을 아느냐", "이승만 대통령이 왜 하야했는지 아느냐"고 '교육'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오후 4시 20분께에는 핸드볼경기장 주차장으로 '범죄자 정권', '검찰해체 사법장악' 등 현 정부 비난 구호 현수막이 적힌 버스가 진입하며 참가자 사이에 가벼운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년 참가자들은 "정치를 개입하지 말라"며 버스를 막아서고 두들겼고, 결국 버스는 운전대를 틀어 주차장을 떠났다. 성조기를 판매하던 상인 역시 이들의 제지를 받고 자리를 접었다.
스케치북에 '재투표' 구호를 적는 여성에게 진보단체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아니냐며 욕설하는 중장년층을 경찰이 뜯어말리기도 했다.
오후 5시 현재 경찰 비공식 추산 2천여명이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 시위 중이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올림픽공원 내 실시간 인구는 1만∼1만2천명으로, 60대 이상(24.7%)이 가장 많다.
핸드볼 유소년 선수단 출입을 둘러싼 논란에도 시위 참가자들의 개표소 통제는 계속되고 있다.
한 체육단체 직원은 '내부에 짐이 있다'며 경기장 진입을 요구했으나 시위 참가자가 "누구도 들어가선 안 되고, 무엇도 나와선 안 된다"고 가로막아 결국 포기했다. 중국 기자로 오인당한 대만 언론의 촬영 기자는 종이에 '중국X 대만방송사'라는 문구를 적어 등 뒤에 붙였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을 '중국 경찰', '가짜 경찰'이라 조롱하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경찰청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시위에 출동한 경찰관에 대한 억측·명예 훼손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자유통일당은 9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국적의 경찰 직무자 현황 실태를 정보공개 청구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대학가로도 번지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이날 보수 성향 학생단체 트루스포럼이 사전투표 폐지와 선거 재실시 등을 주장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이 단체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부정선거 주장을 퍼뜨리지 말라며 대자보를 게시하며 학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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