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찬희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인공지능(AI) 동맹'이 한층 끈끈해졌다. 비록 두 사람의 '삼쏘(삼겹살+소주) 회동'은 불발됐지만 두 차례에 걸친 만남으로 피지컬 AI 분야 협력을 더 구체화했다는 평가다. 이번 회동에서 새만금 프로젝트를 비롯한 AI 관련 다방면의 협력 방안을 모색한 만큼, 정 회장의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젠슨 황-정의선 회동···"새만금 프로젝트 투자 제의"
현대차그룹 사옥 1층 로비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황예인 기자
젠슨 황 CEO는 8일 오후 서울 양재동 소재의 현대차그룹 사옥을 방문해 정의선 회장과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황 CEO는 기자들과 만나 "정의선 회장과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어떻게 확장하고 안정하게 만들 수 있을지 함께 논의했다"며 "정 회장은 항상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의 협력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현재 로보틱스는 기초 연구와 응용 연구 단계에서 산업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시기에 서 있다"며 "이에 따라 현대차의 로보틱스 플랫폼을 보다 폭넓게 보급하고, 제조 공정에 더욱 긴밀하게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사옥 1층 로비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족 로봇 개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황예인 기자
새만금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은 전북 새만금에 총 9조원을 투입해 로봇, AI, 수소 에너지, 신재생 발전 등을 아우르는 대규모 미래 첨단산업 혁신 거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정의선 회장은 "AI, 로보틱스가 들어가는 새만금 프로젝트를 황 CEO께 자세히 설명해 드렸다"며 "함께할 의향이 있으면 함께해서 더 완벽한 AI와 로보틱스, 데이터센터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 CEO는 새만금을 한국의 'AI 밸리'로 칭하며 "새만금에 엔비디아 데이터센터를 짓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한국은 로봇도 만들고 있기 때문에 AI 공장이 필요한 상황이며 AI 팩토리와 로보틱스는 앞으로 매우 큰 투자 분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함께 추진할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이 많이 있다"며 "이에 대해서 앞으로 더 많은 내용을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두 차례 회동···현대차의 미래, 엔비디아와 그리나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에서 IA의 전기차 PV-5에 탑승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앞서 정 회장은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참석한 황 CEO와의 '삼쏘' 회동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을지로 평양냉면 집에서 두 사람이 별도로 깜짝 만남을 가진 데 이어 본사에서까지 두 차례 회동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엔비디아와 공고한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인연은 약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룹은 2015년 엔비디아의 차량용 반도체와 운영체제(OS)인 '엔비디아 드라이브'를 기반으로 협력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이후 2022년 현대차·기아, 제네시스 전 차량에 '드라이브' 플랫폼 기반의 차세대 커넥티드카 운영체제를 본격적으로 적용하며 동맹을 굳혀갔다.
양사의 관계가 긴밀해진 계기는 지난해 10월 이뤄진 이른바 '깐부치킨' 회동이었다. 당시 한국을 찾은 황 CEO는 정의선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서울 삼성동의 깐부치킨 매장에서 만나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겼고 반도체부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단순 친목 모임을 넘어 AI 협력이 본궤도에 오르는 발판이 되었다는 평가다.
'깐부 회동' 이후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국내에 약 30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하며 엔비디아 AI 기술 센터 등을 설립하기로 했으며, 엔비디아로부터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 공급도 약속받은 바 있다.
엔비디아가 현대차그룹의 핵심 협력 파트너로 떠오른 데에는 정의선 회장의 선제적인 AI 투자 전략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의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재편이 엔비디아의 AI 생태계 확장 전략과 맞물리면서 양사 협력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황 CEO의 방한 기간 이뤄진 양사 간 논의가 단순 기술 협력을 넘어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을 결정지을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새만금 프로젝트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재차 강화된다면,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서도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황 CEO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시작된 현대차와의 협력은 오늘날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현대차의 세계적인 제조 역량과 AI가 결합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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