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크림을 바른 손으로 영수증을 집는 행동이 생각보다 조심해야 할 습관으로 꼽히고 있다.
이화여대 최은정 과학교육학 박사는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의사사람친구'에 출연해 영수증과 택배 라벨에 쓰이는 감열지의 특성과 주의사항을 짚었다.
영수증, 알고 보면 그냥 종이가 아니다?
감열지는 열에 반응해 글자가 나타나는 특수 종이로, 마트 영수증을 비롯해 택배 라벨과 은행 번호표, 주차권, 일부 항공권까지 생활 곳곳에서 접하는 인쇄물 상당수가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감열지 전체에는 감열 잉크가 발라져 있으며, 열을 받으면 발색이 되는 구조다. 이때 발색 촉매제로 쓰이는 물질이 바로 비스페놀A(BPA)다.
최근에는 영수증 뒷면에 'BPA 프리' 문구가 적힌 제품이 늘고 있다. 하지만 최 박사는 BPA 대신 비스페놀S(BPS)나 비스페놀F(BPF) 등 유사 물질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BPA 대체 물질들이 독성이 좀 더 약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직거래로 유통되는 중국산 저가 감열지 일부에는 여전히 BPA가 그대로 포함된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택배 라벨도 감열지인 경우가 많다. 최 박사는 "택배 라벨을 라이터로 지져보면 바로 까맣게 변한다"며 "되도록 손과의 접촉을 피하고 만진 뒤에는 손을 씻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공책에 붙이는 이름표나 주방에서 쓰는 소분 라벨도 감열 잉크인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핸드크림 바른 손이 더 위험한 이유
특히 손에 무언가를 바른 상태에서 영수증을 만질 때가 문제다. 최 박사는 "핸드크림을 바른 상태에서는 비스페놀류 흡수량이 약 100배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BPA가 기름 성분과 친화성이 있어 핸드크림에 더 잘 녹아 피부를 통해 흡수되기 때문이다.
손소독제를 바른 직후에도 마찬가지다. 최 박사는 영수증에 손소독제를 묻힌 면봉으로 글씨를 쓰면 검게 변하는 현상을 직접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트 계산대에서 손소독제를 사용한 뒤 영수증을 받는 행동이 흡수량을 높일 수 있는 이유다.
BPA가 사용된 영수증을 5초만 쥐고 있어도 0.2~0.6마이크로그램의 BPA가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팀이 마트에서 평균 11년간 근무한 중년 여성 계산원 54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맨손으로 영수증을 만졌을 때 소변 내 BPA 농도가 근무 전 0.45㎍에서 근무 후 0.92㎍으로 약 2배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BPA를 비롯한 비스페놀류는 체내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하게 작용하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정자 수 감소와 성조숙증, 유방암·전립선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과의 연관성이 제기됐으며, 위험성의 정도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영수증을 받을 때는 뒷면으로 접어서 받고, 장기 보관이 필요한 영수증은 지퍼백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한꺼번에 정리할 때는 장갑을 끼는 것이 바람직하며, 만진 뒤에는 바로 손을 씻는 것이 기본이다. 종이 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을 택하는 것도 방법이며, 영유아가 감열지를 손에 쥐고 놀지 않도록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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