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통을 열었더니 돌덩이처럼 굳어 숟가락이 들어가지 않은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다. 망치로 깨거나, 그냥 버리고 새로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굳은 설탕은 멀쩡한 설탕이 잠시 뭉쳐 있을 뿐이라, 원리만 알면 몇 시간 만에 다시 보슬보슬하게 되살릴 수 있다.
먼저 설탕이 왜 굳는지부터 알면 해결법이 보인다. 설탕은 공기 중 습기를 잘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다. 습한 날 통이 살짝 열려 있으면 설탕이 수분을 머금어 끈적해지고, 그 상태에서 다시 건조해지면 녹았던 표면이 서로 달라붙으며 단단하게 굳는다. 결국 '수분이 들어왔다 다시 마르는' 과정에서 덩어리가 생기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백설탕과 흑설탕이 굳는 이유가 정반대라는 것이다. 백설탕은 수분을 먹었다가 말라붙어 굳고, 흑설탕은 머금고 있던 수분이 날아가 푸석하게 굳는다. 그래서 백설탕은 말려서, 흑설탕은 적당히 수분을 더해서 풀어 준다.
수분으로 되살리는 방법
가장 손쉬운 방법은 식빵을 이용하는 것이다. 굳은 설탕 위에 식빵 한 조각을 올리고 통을 밀폐해 하루 이틀 두면, 식빵이 머금은 적당한 습기가 설탕에 천천히 전해져 덩어리가 풀린다.
특히 수분이 날아가 굳은 흑설탕에 효과가 좋다. 식빵 대신 사과 한 조각을 넣어도 같은 원리로 통한다. 다만 사과나 식빵은 며칠 지나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 덩어리가 풀리면 바로 꺼내야 한다.
급할 때는 전자레인지를 쓴다. 굳은 설탕을 내열 그릇에 담고, 물을 살짝 적신 키친타월이나 젖은 행주로 덮은 뒤 20초씩 끊어 가열한다. 한 번 돌릴 때마다 꺼내 덩어리를 포크로 부수기를 반복하면, 몇 분 안에 부드러워진다. 다만 너무 오래 돌리면 설탕이 녹아 캐러멜처럼 변할 수 있으니 짧게 나눠 데우는 것이 중요하다.
백설탕이 단단하게 뭉쳐 있다면, 비닐봉지에 넣고 분무기로 물을 아주 살짝 뿌린 뒤 입구를 묶어 하루쯤 두는 방법도 있다. 물기가 골고루 퍼지며 덩어리가 풀린다. 이때 물을 많이 넣으면 오히려 녹아 버리니, 정말 가볍게 한두 번만 분사하는 것이 요령이다.
다시 굳지 않게 보관하기
설탕을 풀었다면, 이제 다시 굳지 않게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은 밀폐다. 뚜껑이 꼭 맞는 통이나 지퍼백에 넣어 공기와 습기가 드나들지 못하게 막는 것만으로도 굳는 것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흑설탕처럼 수분이 날아가 굳는 종류라면, 통 안에 작은 사과 조각이나 식빵 한 쪽을 함께 넣어 적당한 습기를 유지해 주는 것도 좋다. 시중에는 흙으로 구운 작은 보습용 도구도 있어, 물에 적셔 통에 넣어 두면 설탕이 촉촉한 상태로 오래간다.
반대로 백설탕은 습기가 적은 곳에 두는 것이 좋다. 가스레인지 옆이나 싱크대 밑처럼 습하거나 온도 변화가 큰 자리는 피하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두면 덜 굳는다.
굳은 설탕은 못 쓰게 된 것이 아니다. 식빵 한 조각, 혹은 젖은 키친타월과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충분히 되살아난다. 버리기 전에 한 번 시도해 보면, 멀쩡한 설탕을 그대로 다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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