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IDIA)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나흘간의 방한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국내 중소 게임사들이 그를 향해 공개 호소에 나섰다.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수수료에 맞서 미국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게임사 연합이 "한국 게임산업 덕에 성장한 엔비디아가 이제는 우리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냈다.
호소문을 낸 곳은 구글·애플 인앱결제 수수료 피해 게임사 연대(약칭 피게연)다. 연대 대표 게임사인 팡스카이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140여 개 게임사를 대리해 구글·애플을 상대로 집단 조정을 신청한 바 있고, 연대에는 일로드·엔유게임즈·스마일메카·미라벨게임즈 등 280여 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젠슨 황을 콕 집어 지목한 근거는 다름 아닌 그의 입에서 나왔다. 황 CEO는 지난해 10월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지포스도, PC방도, PC게임도 없었다면 엔비디아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는 여기에 그가 1990년대 창업 초기 그래픽카드를 직접 팔겠다며 서울 용산 전자상가를 누비던 시절의 인연까지 끌어왔다. 당시 외환위기 이후 폭발한 PC방 열풍과 스타크래프트 같은 PC게임 붐이 지포스의 초기 성장을 떠받쳤고, 그 무대가 바로 한국이었다. '결초보은'을 요청한 셈이다.
연대 측은 구글과 애플이 미국 게임사에는 0%, 유럽에는 17%의 대체결제 수수료를 적용하면서 한국에는 30% 안팎을 물린다고 주장한다.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형식적인 대체결제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우회한 탓에, 전자결제대행(PG) 수수료를 더하면 실질 부담이 32~38%까지 치솟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병진 대표는 "AI 시대를 선도하는 엔비디아가 공정한 디지털 생태계 조성에 목소리를 내준다면 업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대에 따르면 이번 집단소송은 2024년 하반기 시작돼 2025년 5월 애플, 6월 구글을 상대로 미국 연방법원에 접수됐으며, 구글과의 협상은 2026년 6월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연대는 국내 1500여 게임사 가운데 아직 280여 곳만 참여한 상태라며 협상 시한 전 추가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호소문은 황 CEO의 방한과 시점이 겹쳤다. 그는 지난 5일 김포공항으로 입국해 첫 일정으로 T1이 운영하는 홍대 PC방을 찾아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를 만났고, 이어 최태원 SK 회장·구광모 LG 회장·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삼겹살 회동을 가졌다. 6일에는 종로 토속촌에서 삼계탕을 먹었으며, 두산 베어스 경기 시구와 서울대 인공지능(AI)연구원 방문 일정도 소화했다. 엔비디아 공식 블로그를 통해 황 CEO는 "로보틱스가 한국의 다음 거대 산업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와 로봇에 방점을 찍었다. 그 광폭 행보의 한편에서, 인앱결제에 짓눌린 중소 게임사들의 호소가 그에게 닿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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