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거, 정책 토론은 잘 보이지 않았던 선거가 끝났다. 건강과 보건의료 이슈는 지역정치의 책무성이 약해서 원래도 이슈가 잘 되지 못하지만, 이번엔 특히나 더 언급되지 않은 듯 하다. 지방정부는 지역의료에 책무성을 쥐려 하지 않고, 중앙정부는 공공성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정치에서 배제된 보건의료는 현대사회의 지배적인 시장논리에 따라 '권리'가 아닌 '상품'이 되어 시장에서 거래되며, 보건의료의 상품화는 실손보험사 성장의 토양이 되었다.
2025년도 상반기 비급여 보고자료 분석 결과, 전체 의료기관의 '25년 3월 비급여 진료비 규모는 총 2조 1019억 원으로, '24년 3월분과 비교하여 2150억 원 증가(증가율 11.4%)한 것으로 나타났다(☞관련자료 바로가기1,바로가기2). 2025년도 건강보험 총 지출이 102조 35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4조 9963억 원 증가(증가율 5.1%)한 점을 고려시, 한국 보건의료체계 안의 비급여 시장이 팽창하는 속도는 가파르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2025.3.19.)'에서 이와 같은 비급여 시장의 팽창이 필수의료를 약화시킨다고 진단하고, 일부 과잉 우려가 큰 비급여에 대하여 '관리급여'를 신설하여 가격과 진료 기준을 설정하고 95%의 본인부담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관련자료 바로가기). 의과 분야의 비급여 진료비 1위인 도수치료를 포함하여, 경피적 경막외강신경성형술, 방사선온열치료 3개 항목이 관리급여 대상으로 선정되었으며, 관리급여는 오는 7월 시행 예정이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전국민을 포괄하지만 보장률은 2024년 기준 64.9%에 불과하다. 정부에서는 '한정된 재원'의 논리로 급여평가를 엄격하게 진행하여 급여 여부를 판가름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수가가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하는 의료공급자는 의료서비스의 비급여 존속을 지지한다. 보건의료의 비급여 시장은 이와 같이 정부와 의료공급자의 이해관계와 함께 팽창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비급여 영역의 팽창이 필수의료가 약화된 구조적 배경이 되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필수의료 분야와 비필수의료 분야의 비급여 시장의 규모의 차이는 현저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비급여 확대가 필수의료 위축을 초래한 결과인지, 아니면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보건경제학에서는 환자의 주관적 판단인 욕구(want)와 전문가의 판단인 필요(need), 그리고 사회경제적 요인이 결합하여 보건의료서비스의 수요(demand)가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의료서비스 공급체계가 어떠한 사회·경제적 구조 속에서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의료서비스의 성격과 공급 방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자본주의체제 하의 의료공급자는 경제적 주체로서 이윤추구의 동기를 갖게 되며, 이 때 의료서비스는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상품'의 성격을 갖는다. 건강보험은 이러한 상품화 경향을 제한하는 공적사회보장제도이다. 건강보험은 의학적 필요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등을 기준으로 의료서비스를 급여권 안으로 편입함으로써 의료접근을 보장하고 의료의 상품화를 일부 완화한다. 물론 이 과정에는 재정 여건 및 사회적 요구 등과 함께 의료공급자의 이해관계 역시 일정하게 반영된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의학적 필요성이 높고 사회적 가치가 큰 의료서비스는 급여권에 포함되는 경향이 있으며, 상대적으로 필요성이 낮거나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한 의료서비스는 비급여 영역에 남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한국 보건의료체계에서 나타나는 필수의료의 위축과 비필수의료 영역의 비급여 팽창은 자본주의체제라는 공통의 원인으로부터 파생되는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비급여 시장의 확대는 의료인력과 자본을 보다 수익성 높은 영역으로 유인함으로써 필수의료 약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필수의료 위축과 비급여 팽창은 단순한 일방향적 인과관계라기보다 의료공급자의 이윤추구 행위와 의료의 상품화, 그리고 건강보험을 통한 탈상품화 사이의 동태적 관계의 결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관리급여 제도의 도입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관리급여 제도의 목표가 단순히 관리급여 대상 3개 항목만의 진료량을 감소시키는 것이라면 이는 단기적으로는 가능해 보인다. 실제로 현재 개원가에서는 도수치료의 관행 수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관리급여 수가를 두고 '도수치료는 사실상 퇴출'이라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관리급여 도입이 전체 비급여 시장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도수치료 등 특정 비급여 항목의 시장 팽창은 그 행위만이 갖고 있는 대체불가능한 특이적인 성질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의료서비스가 수익 창출의 대상으로 조직되는 구조적 환경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보험체계가 행위별 수가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제2의 도수치료, 제3의 도수치료가 계속해서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관리급여는 의료의 상품화를 통제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라기보다는 특정 비급여 영역에 대한 선택적 통제에 가깝다. 더욱이 관리급여의 높은 본인부담률과 급여 연동 설계에 기반한 실손보험 5세대의 출시는 결과적으로 보험회사가 부담해야 할 보험금 지출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반면 환자의 의료비 부담과 의료공급체계의 구조적 왜곡이 얼마나 개선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정부에서는 '2025 상반기 비급여 보고자료 주요 통계'를 근거로 오남용 우려가 큰 도수치료가 '의과 비급여 1위'를 차지했다며 비급여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자료에서 전체 비급여 1위를 차지한 것은 치과의 임플란트이며, 그 비급여 규모는 도수치료의 2배를 초과한다. 치과 영역은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낮아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고, 이로 인한 미충족의료 발생률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임플란트는 '급여화가 필요한 비급여'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해당 통계자료를 통해 임플란트 급여의 필요성에 주목하는 정책 판단도 가능했다, 그러나 정부의 의제는 '통제가 필요한 비급여'로 수렴되었다.
'급여화가 필요한 비급여'와 '통제가 필요한 비급여'를 구분하는 기준이 의학적 필요도와 형평성에 근거하고 있는지, 아니면 재정관리 및 민간보험 부문의 이해관계에 더 크게 규정되고 있는지는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정책 의제 설정과정에서 이러한 비대칭이 반복될 때, 정부의 역할은 '비급여의 급여화'에서 민간보험자본 이익과 연관된 '비급여 통제'로 이동하게 되며, 관리급여는 이 이동을 제도화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만약 진정으로 무너져가는 필수의료를 되살리고 싶다면 경제적 유인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적 유인을 통해 필수의료를 강화하려는 시도는 결국 의료서비스를 통한 이윤추구를 정당화함으로써 의료의 상품화를 가속화하며, 이는 의료체계 깊숙히 경제의 언어를 내면화한다. 그러므로 이를 위해서는 특정 비급여 항목을 통제하는 수준을 넘어 의료가 수익성과 시장 논리에 의해서 조직되는 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의 모습을 되짚어보자. 경제논리에 잠식당한 보건의료체계 안에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보건의료, 권리로서의 보건의료가 자리잡을 수 있는 공간은 위축된다. 보건의료를 '권리'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이상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지출을 '비용' 또는 '투자'라는 이름으로 저울질해서는 안된다. 보건의료의 궁극적인 목적이 '이윤'이 아닌 '사람들의 삶'을 향할 때, 비로소 필수의료 위기와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