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허위 투자사이트도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시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실제 주식 거래는 한 건도 없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무허가 시장을 개설한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근 이른바 '리딩방 투자사기' 사건으로 기소된 김모(32)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자본시장법 위반죄 부분 판결을 깨고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중국인 총책을 정점으로 하는 주식 리딩방 투자사기 조직원들과 공모해 투자자 62명으로부터 주식 투자금 명목으로 84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법은 치밀했다. 코스닥 등 국내외 주가지수를 연동시킨 허위 투자사이트를 개설한 뒤 화면 속 자금 액수를 조작해 피해자들이 실제로 수익을 낸 것처럼 보이게 했다.
피해자들이 수익금을 출금하려 하자 이번엔 "세금이나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추가 송금을 요구했다. 돈을 받은 뒤에는 사이트를 폐쇄하고 연락을 끊었다.
1심은 김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일부를 무죄로 뒤집으며 징역 4년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투자 사이트는 피해자를 기망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것에 불과하고,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 매매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금융투자상품시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 373조는 거래소 허가를 받지 않고 금융투자상품시장을 개설·운영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같은 법 8조의2 1항은 금융투자상품시장을 매매를 하는 시장으로 규정한다. 2심은 이 조항을 근거로 실제 매매가 없었으니 시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본시장법상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하는 시장에는 매매가 실제 이뤄지는 시장뿐 아니라,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평균적인 시장 참여자들이 증권 등 매매가 실제로 이뤄진다고 인식할 만한 외관을 갖춘 시장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무허가 시장개설을 처벌하는 이유가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신뢰성 확보에 있지, 실제 거래가 이뤄졌는지 여부에 있지 않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나아가 "오히려 매매가 실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이뤄지는 듯한 외관을 갖춘 시장을 개설해 투자자를 기망하는 경우, 형사 제재 당위성과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짚었다.
리딩방을 통한 주식 투자 권유를 받더라도 해당 사이트의 실제 운영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수익금 출금 전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 사기를 먼저 의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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