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한반도의 선사시대를 규명하는 고고학적 유물들은 문자가 없던 시절의 삶을 추정하는 유일한 단서다. 그중에서도 당시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도구와 그 도구가 투영된 사냥 대상의 흔적은 선사시대의 기술 수준과 사회적 협동 과정을 보여준다.
수렵과 어로 활동은 신석기 문화를 이해하는 주요 생계 활동으로, 당시의 도구 제작 기법과 포획 방식은 한반도 초기 정착민들의 생활 방식을 재구성하는 기반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업 기술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유물의 발굴은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국가유산청은 8일 울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래뼈에 박힌 사슴뿔 작살촉’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 앞으로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국가유산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지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해당 유물은 지난 2010년 발굴조사가 진행된 울산광역시 남구 황성동의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출토된 것이다. 고래의 꼬리뼈와 어깨뼈 부위에 사슴뿔로 만든 작살촉이 각각 1개씩 박힌 상태로 발견돼 선사시대 어로 활동의 실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유물이 지닌 높은 희소성은 작살촉이 고래의 골격에 박혀 있는 상태 자체에서 기인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사냥 도구가 포획 대상의 뼈에 그대로 잔존해 있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작살촉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강도가 높아 선사시대 사냥도구의 주된 재료로 선호된 사슴뿔을 정밀하게 갈아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신석기시대인들이 타깃으로 삼았던 사냥 대상의 크기와 부위에 맞춰 도구를 기획하고 사용했음을 알게 한다. 도구의 제작 목적과 실제 사용 흔적, 도구와 포획 동물 간의 상호 관계를 입증한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울산광역시 소재 ‘반구천의 암각화’와 연계될 때 가치와 의의가 더욱 확장된다. 바위 전면에 새겨진 배, 작살, 그물 등 다채로운 고래잡이 묘사는 그간 상징적이거나 주술적인 제의 표현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고래뼈와 작살촉의 존재는 암각화 속 포경 장면이 신석기시대에 실제로 이루어진 고래잡이 활동에 대한 기록임을 뒷받침한다.
국가민속문화유산은 의식주, 생업, 신앙 등 우리 민족의 기본적 생활 문화와 풍습을 보여주는 유무형의 자산 중 학술적·역사적 가치가 뚜렷한 유산을 대상으로 지정된다. 사슴뿔 작살촉이 최종 지정될 경우, 선사시대의 생산 및 생업 관련 유물로서는 최초의 국가지정문화유산이 될 예정이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