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컬러를 처음 봤을 때는 조금 망설였다. 핑크도 베이지도 아닌, 은은하게 금속 빛이 감도는 샴페인 코퍼 컬러. 어쩐지 나랑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손끝에 올려본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햇빛 아래 미세하게 반짝이는 이 미묘한 광택이 생각보다 훨씬 차분하고 우아해 보였다. 마치 잘 고른 액세서리처럼 화려함을 드러내기보다 손의 움직임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느낌. 컵을 들 때나 노트북 자판을 두드릴 때조차 손끝에 시선이 먼저 머문다. 어쩌면 내가 이번 시즌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디올 베르니 #110 선셋에 끌린 이유는 반짝임 자체보다 그 반짝임을 소화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애써 꾸미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고급스러워 보이는 사람. 서른 중반을 맞이한 지금, 이제는 그런 분위기를 풍기고 싶다.
<마리끌레르> 뷰티 비주얼 디렉터 김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