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안치열 기자]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중견 화가 김춘자의 개인전 ‘Reverie: 꿈꾸는 숲에서 느리게 만나다’가 오는 12일부터 8월 9일까지 space bv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오랜 시간 생명과 자연, 상상적 풍경의 관계를 탐구해 온 김춘자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자리로, 회화 속에 펼쳐진 생명의 숲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하도록 이끈다.
김춘자의 작품 세계는 하나의 숲길을 천천히 거니는 경험에 비유된다. 그의 화면에는 식물과 뿌리, 신체와 기관을 연상시키는 유기적 형상들이 서로 얽히고 증식하며 독특한 생명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자연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생명이 생성되고 변화하며 서로 관계를 맺는 과정을 회화적 언어로 표현한다.
전시 제목 ‘Reverie’는 ‘몽상’ 또는 ‘꿈결 같은 사유’를 의미한다. 작가가 그려낸 숲은 현실의 자연을 그대로 옮긴 풍경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명들이 잠재하고 숨 쉬는 내면의 장소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관찰자가 아니라 숲을 함께 걷는 산책자가 된다. 화면 속 작은 생명들과의 조용한 만남은 자연을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닌, 함께 존재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의 장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작가는 직접적인 환경 메시지나 선언 대신 생명에 대한 섬세한 감각과 다정한 시선을 통해 오늘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회화와 사운드가 결합된 공간 경험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작가가 숲길을 걸으며 직접 채집한 새소리를 바탕으로 국악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안정아가 작곡한 사운드 작업 ‘숲길에서’가 상영된다. 작품은 회화 속 숲의 감각을 전시장 전체로 확장시키며, 관람객이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숲의 시간과 리듬 속에 머무르는 경험을 제공한다. 시각과 청각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번 전시는 자연의 생명성과 상상력을 더욱 입체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6월 20일 오후 5시에는 특별 리셉션 프로그램이 열린다. 리셉션에서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성우인 씨씨킴과 미국 USC 음악박사 출신 재즈 기타리스트 로버트 코츠가 참여하는 미니 재즈 콘서트가 진행된다. 이어지는 작가와의 대화에서는 김춘자의 주요 작업 세계와 이번 전시에 담긴 의미, 생명과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예술적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춘자는 신라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1991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조현화랑, 금호미술관, 신세계갤러리, 헬로우뮤지움 등에서 27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 부산청년비엔날레를 비롯해 ‘페미니즘 세계해석의 독자성’, ‘현대미술 재조명전’, ‘식물성의 사유’, ‘생명전’ 등 20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2009년 봉생문화상 전시부문을 수상했으며, 저서 ‘그 사람의 풍경’과 ‘Shape of Life’를 통해서도 생명과 자연에 대한 사유를 이어왔다.
이번 전시는 인간과 자연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존재임을 이야기해 온 작가의 오랜 탐구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로 평가된다. 관람객들은 작가가 조심스럽게 내어놓은 숲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과 생명에 대한 새로운 감각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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