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중앙초가 투표소 동선을 활용해 학교 홍보 갤러리와 영상을 선보였고, 이후 입학 문의가 100건 가까이 이어졌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캡처
지난주 지방선거 당일, 광주 중앙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복도에서 흘러나오는 앳된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몇 번을 고민하다 이젠 말해야 한다." 화면 속 명우에게 은수는 미안해하면서도 담담한 얼굴로 이별을 고했다. "네가 싫어서가 아니야. 그냥 진짜 그냥 광주 중앙초가 좋아서 그래."
투표소라는 공적이고 엄숙한 공간에 울려 퍼진 한 편의 로맨스 드라마.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1907년에 개교해 한때 학생 수가 5000명을 넘었던 유서 깊은 학교가 전교생 30명으로 줄어든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짜낸 치밀한 기획이었다.
"항아리식 동선에 갤러리 조성"… 교사와 학생의 절박한 아이디어
구도심의 주거 기능 상실은 학교의 존립을 흔들었다. 광주 중앙초등학교의 지난해 신입생은 단 한 명이었고, 올해는 그마저도 받지 못했다.
결국 교사와 아이들은 직접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에피소드 형식의 학교 홍보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방선거 투표소로 학교가 지정되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광주 중앙초등학교 박한솔 교사는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그 배경을 설명했다.
박 교사는 "투표소에 들어올 수 있는 동선을 체크해 보니 정문으로 들어와서 저희 학교 교담실을 거쳐 투표를 하고 다시 나가는 항아리식 동선이었다"며 "반드시 이 동선을 지나갈 수 있는 곳에 갤러리를 만들면 모든 사람이 투표를 하러 들어오면서 이 갤러리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효과는 폭발적이었다. 현장 반응은 물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영상이 화제가 되며 입학 문의가 빗발쳤다. 박 교사는 "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수십 건에서 거의 100회가 넘도록 문의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문의 100건에도 전학은 '0건'… 발목 잡는 행정적 규제
하지만 뜨거운 관심이 실제 전학으로 쉽게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현행 교육행정 제도의 장벽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에 따라 의무교육 대상자는 원칙적으로 거주지에 따른 학군 배정을 받는다.
박 교사는 "현실적으로 전학을 하기 위해서는 이사를 해야 된다는 절차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전학으로 이어지는 것이 조금 드문 상태"라고 토로했다.
단순히 학교가 마음에 든다고 해서 임의로 학군을 옮길 수 없으며,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소만 옮길 경우 주민등록법 위반(위장전입)으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예외 규정은 있다. 유승민 작가는 방송에서 "현재 자유학구제가 있기는 하지만, 광주 중앙초는 이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도심 내 소규모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학구제 완화 등 행정적 여유를 두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선거일에 던져진 묵직한 질문, "지역의 미래는 곧 학교의 미래"
통폐합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온 상황 속에서, 광주 중앙초 교사와 학생들은 5·18 민주화운동 사료에도 등장하는 역사적 공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존재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지방선거일에 벌어진 이 작지만 강렬한 외침은 정책과 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고 있다.
유 작가는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날에 학교의 미래를 둘러싼 고민도 지역 사회가 함께 답해야 할 문제라는 걸 또 한 번 각인시켜 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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