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는 국내외 게임 업계 종사자들이 지식을 공유하는 장이다. 오는 16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는 프로그래밍, 기획, 마케팅, 데이터 관리, 운영 등 게임 산업 최신 트렌드 전반을 한곳에서 조명한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주최 측 넥슨은 전체 51개 세션 중 15개 세션을 AI 연관 주제로 편성했다. 복합 콘텐츠와 맞춤형 경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개발 과정에서 AI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올해 NDC는 게임 업계 현황과 향후 방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AI는 개발 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이지만 기업 간 양극화, 지적재산권(IP) 분쟁, 고용 불안 등 부작용도 안고 있다. 핵심 화두가 사업의 가장 민감한 현안을 관통하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주목할 가치가 있다.
빠르게 증가하는 게임 업계 AI 서비스 규모
AI가 각광받는 이유는 압도적인 효율성에 있다. 최근 게임 개발은 유저 맞춤형 서비스와 극대화된 몰입감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같은 트렌드를 구현하려면 데이터 분석 인프라. 방대한 에셋이 필요한데 AI는 자원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어스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게임용 생성형 AI 시장에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는 65% 이상 점유율을 확보했다. 아울러 비결정론적 AI 서비스 역시 61%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 인프라는 초기 개발비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소수의 개발자가 방대한 유저 경험(UX)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직관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고질적인 자원 부족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 수준의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완성도를 극대화할 수 있어 널리 활용되고 있다.
비결정론적 AI의 핵심은 예측 불가능한 다양성에 있다. 선택지에 따라 대화 내용이 달라지는 NPC가 대표적인 예시다. 행동에 맞춰 현실적인 상호작용을 보이는 만큼, RPG 장르의 몰입감을 극대화할 최신 기술로 꼽힌다. 또한 콘텐츠 소모 속도를 제어해 줌으로써 적은 자원으로 개발 효율성과 시간적 여유를 동시에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절차적 콘텐츠 생성(PCG) 역시 개발 비용을 낮추는 핵심 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기존 방식은 알고리즘을 거쳐 던전, 자원, 몬스터 등을 자동 생성하는 수준에 그쳐 후반부로 갈수록 게임이 단조로워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이 단계를 AI로 보강하는 기술이 제작비를 절감할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여유 자원을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강점이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게임사가 개발 과정에 AI를 도입할 경우 약 220억 달러(한화 약 33조7700억원) 규모의 새로운 수익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게임사의 인프라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0월 ‘AI 퍼스트’ 전환을 선언했다. 약 1000억원을 투입해 AI 워크플로우 자동화와 R&D, 인게임 서비스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매년 약 3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서 AI 툴 활용과 실무 적응을 지원 중이다.
스마일게이트도 올해 초 스마일게이트넥사서비스를 설립하며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특히 추진 중인 2조8000억원 규모 AI 데이터센터 건립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가 지분 투자와 후순위 대출 방식으로 총 5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해당 인프라는 대표작 로스트아크 개발 고도화는 물론 외부 기업 임대를 겨냥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신사업 등에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스마일게이트넥사서비스는 AI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했다”라며 “이를 통해 대외적인 인프라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AI 상용화의 한계점, NDC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생산성 향상을 앞세운 AI 활용은 IT 업계 전체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기술 확산 속도만큼이나 장기적으로 기업 생태계와 고용 구조를 위협하는 잠재적 부작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AI 상용화는 고용 시장 한파로 이어졌다. 업계 일각에서 신입 공채가 완전히 막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 반복 업무가 많은 품질보증(QA)과 번역 직군뿐만 아니라 기획, 아트, 사운드 부문까지 전방위적인 직격탄을 맞았다. 무엇보다 주니어 직급 실무 기회가 급감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이들이 시니어로 성장하는 생태계 선순환 구조가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P 소유권 분쟁과 머신러닝의 윤리적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저작권이 불분명한 이미지를 AI에 학습시켜 상업용 게임을 제작할 때 발생하는 법적 공방이 대표적이다.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별도 검증 과정을 거친다 해도 여러 콘텐츠가 결합된 게임 특성상 관련 논란은 계속해서 거론될 수밖에 없다.
AI 상용화 이후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지금은 AI가 비용 절감을 돕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진입 장벽이 될 수 있어서다. AI 업체들이 서비스 비용을 높일 경우 대형 게임사와 중소 게임사 간 ‘AI 양극화’는 고착화될 위험이 크다. 자본력과 AI 기술의 차이로 벌어진 간극은 이전과 다른 여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NDC는 국내외 게임사들이 AI 상용화 시대를 맞아 직면한 과제와 해결책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넥슨은 넥슨코리아 강대현 대표가 기조 강연자로 나서 AI가 기술 진입 장벽을 낮추는 변혁의 시대에 게임사가 추구해야 할 본질적 경쟁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발표할 예정이다.
넥슨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질답에서 “올해는 AI 분야 강연을 대폭 확대해 연사들이 인공지능을 개발에 접목한 최신 사례와 실무 노하우, 경험담을 공유한다”라며 “내부 전문가와 외부 업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강연으로 한층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전해드리겠다”라고 밝혔다.
송진원 기자 jin1@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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