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가 축적된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복제약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혁신 신약과 바이오 기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희귀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디지털 헬스케어 등 고부가가치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수출과 해외 임상 확대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신시장 개척 전략과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국내 최장수 제약사인 동화약품은 일찌감치 신약 연구개발(R&D)에 나서며 상업화 단계까지 도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R&D 범위를 당뇨 개량신약에서 항암 신약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가스활명수' 회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혁신 신약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 또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산업으로의 진출로 사업다각화를 이루는 가운데에서도, R&D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2020년부터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개량신약 R&D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2024~2025년에 걸친 가시적인 성과로는 당뇨 개량신약이 꼽힌다. 동화약품이 개발하는 전문의약품 중 절반 이상이 당뇨 개량신약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이 복합제 중심으로 바뀌는 흐름에 맞춰 'DW6013'(리나글립틴+메트포르민 복합제)과 'DW6014'(엠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 복합제) 등의 개량 신약을 개발했다. 두 개량신약 모두 국내 시장에 출시되면서 성공적으로 복합제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DW6013은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혈당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DW6014의 경우, 엠파글리플로진은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SGLT2)-2 억제제인데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SGLT2 억제제 기반 복합제는 성장성이 높은 영역으로 주목받는다. 또한 메트포르민을 기존 속방정에서 서방정으로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동화약품은 그간 집중하던 당뇨 개량신약에서 최근 들어 항암신약으로도 R&D를 확장하는 추세다. 특히 임상 1상을 준비하는 항암신약물질 'DW1023'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DW1023은 혈액암 치료제로 개발하는 물질로서 후성유전 조절 인자 EZH1/2를 이중 저해하는 기전을 갖는다.
동화약품은 항암신약물질 R&D를 통해 단기 수익형 개량신약에서 벗어나 혁신신약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있다.
한편 동화약품은 업계에서 흔치 않은 일반의약품 주력 제약사다. 가스활명수와 후시딘, 판콜 등의 제품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했다.
1897년 한약방과 양약방을 합친 형태의 '동화약방'으로 출발한 동화약품은 국산 최초 신약 '활명수'를 개발하면서 국내 최장수 제약사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당시 급체만으로도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빈번하던 시기에 활명수는 매우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큰 호응을 얻으면서 '국민 소화제'로 자리매김했다.
동화약방은 서울대 약학대 설립에도 힘썼고 일제시기 독립운동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후 국내 최장수 제약사로서 업력을 공고히 하다가 2000년대 들어 타사보다 일찍 신약 개발에 뛰어든다.
동화약품은 △세계 최초 방사성 간암 치료제인 '밀리칸주' 개발과 △퀴놀론계 항균 신약 '자보란테' 개발 △골다공증 치료제 후보물질 'DW1350' 기술이전 성공 등 국내 제약산업의 신약 개발 역사에서 의미있는 성과들을 일궈왔다.
최근에는 사업다각화에 몰두했다. 2015년 자보란테를 마지막으로 국내 개발 신약 출시를 멈추고 최근 수년간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산업 진출 등 사업다각화에 올인해왔다.
그럼에도 R&D로의 의지를 꺾지 않고 올 들어 R&D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전열 정비에 나섰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 유유제약 출신의 전문가들을 영입하면서 R&D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모습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화약품의 미래 가치는 사실상 항암신약물질 DW1023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며 "성공할 경우 '활명수 회사'에서 '혁신 신약 회사'로의 이미지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Copyright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