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비당뇨병 비만인 22만9천명 분석…자궁내막암 위험은 58% 낮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비만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P-1 RA) 계열 약물을 사용한 비만 환자들은 식이요법과 운동만 한 환자들보다 비만 관련 암 발생 위험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휴스턴 메소디스트 병원 아파르나 카마트 박사팀은 8일 유럽종양학회 학술지 종양학 회보(Annals of Oncology)에서 당뇨병이 없는 비만 성인 22만9천여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GLP-1 비만치료제 사용 환자군은 식이요법·운동군보다 비만 관련 암 발생 위험이 4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카마트 박사는 "GLP-1 비만치료제는 이미 비만 치료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이 연구 결과는 이 약물의 영향이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돼 암 예방에 대한 사고방식까지 바꿀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GLP-1 약물은 원래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됐으나 최근에는 비만 치료와 체중 감량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위고비)와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젭바운드)가 있다.
연구팀은 GLP-1 약물이 당뇨병 환자의 암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근거는 있지만 체중 감량을 위해 이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더 젊고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의 암 위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미국 환자 1억1천300만명의 정보가 담긴 의료 DB(TriNetX)를 활용, 당뇨병이 없는 비만(BMI 30㎏/㎡ 이상) 성인 22만9천467명을 대상으로 GLP-1 치료제 처방 그룹과 식이·운동 상담군의 비만 관련 암 발생 위험을 평균 2년간 추적 관찰했다.
8만6천422명은 2014년 12월~2025년 6월 세마글루타이드 또는 티르제파타이드를 처방받았고, 14만3천45명은 식이요법과 운동 상담을 받았다. 비만 관련 암에는 자궁내막암, 유방암, 대장암, 신장암, 난소암, 위암, 간암 등 13개 암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GLP-1 비만치료제 사용군은 비만 관련 암 전체 발생 위험이 식이요법·운동군보다 4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에서는 암 발생 위험이 약 70% 낮아졌고,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은 58% 낮았다.
인종별로는 백인 환자의 경우 비만 관련 암 위험이 약 50% 감소했지만, 흑인 환자에게서는 같은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GLP-1 약물 중에서는 티르제파타이드 사용군의 암 위험 감소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관찰연구이고 추적 기간이 2년에 불과해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이 결과는 이미 비만 치료 대상으로 고려되는 환자들에게는 GLP-1 약물이 암 위험까지 낮추는 추가 이점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카마트 박사는 "이 연구는 GLP-1 약물 사용과 비만에 의해 촉진되는 암 발생률 감소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현재 GLP-1 비만 치료제가 자궁내막암 성장과 예후에 미치는 생물학적 기전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페드로 라미레스 교수는 "이 연구는 GLP-1 비만 치료제가 체중 관리 이상의 건강상 이점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이 결과가 약물이 암을 직접 예방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며 장기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출처 : Annals of Oncology, A.H.-C. Hsu et al., 'GLP-1 receptor agonists use and cancer risk in obese non-diabetic adults', https://www.annalsofoncology.org/article/S0923-7534(26)00157-2/fulltext
scitech@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