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관해 모두가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실 그 누구도 꿈을 제대로 꾸는 방법을 배운 적은 없다. 과연, 꿈은 어떻게 꿔야 하는 것일까?
박진영 자료사진. / 뉴스1
이 오래된 질문에 화두를 던진 사람이 있다. 한국 대중문화를 세계 무대로 끌어올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음악 프로듀서 박진영이다. 그는 꿈을 일찍 이뤘고, 오랫동안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동시에 허무와도 맞닥뜨렸다. 그 경험 끝에 박진영이 깨달은 꿈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온라인에서 많은 대중들에게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과연 그가 얻은 교훈은 무엇일지 들여다본다.
과거 2019년 박진영은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꿈에 대한 자신의 소신 있는 철학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박진영은 화이트보드에 'I want to be(~이 되고 싶다)'를 썼다. 그러면서 "내 인생 최고의 목적은 20억을 버는 거였다. '20억 벌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자유롭게 살겠지? 그게 내 꿈이야'라고 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박진영에게 그 꿈은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그는 "그런데 벌어버렸다. 25살 때다"라고 전했다. 박진영은 "그럼 이제 내 꿈은 끝난 건가, 그냥 이걸 즐기며 살아? 다음 꿈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라고 고민하며 다음 스텝을 계획한 이야기를 말했다. 박진영의 다음 꿈은 케이팝을 최초로 미국에 진출시키겠다는 꿈이었다.
그는 2003년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지만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라는 월스트리트 금융 사태가 터져 꿈이 물거품이 됐다. 박진영은 "출시 계획 중 톱스타 것(음반)이 아니면 다 접으라고 했다. 음반사 직원들이 100명씩 정리해고가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진영은 2019년 3월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꿈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힌 바 있다. / SBS
박진영은 "난 5년을 바쳤다. 내 돈과 시간과 땀을 바쳤는데. 음반을 출시해 보고 망했다면 황당하지 않았을 거다. 권투선수가 링 위에 올라가서 졌다면 승복하겠지만 이건 훈련을 다 하고 시합에 나가려다가 경기가 취소된 꼴 아니냐"며 씁쓸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박진영은 "최선을 다했고, 내 인생 5년을 바쳤고, 한국에서 편안한 삶을 포기하고 이 꿈을 위해 내 모든 걸 바쳤는데 왜 이럴까. 이걸 생각하느라 1년이 갔다"고 했다.
이윽고 그가 찾은 해답이 있었다. 박진영은 "그때 깨달은 게 내 꿈이 잘못됐다는 거였다. (I want to be~)이건 이루어지면 허무하고 안 이루어지면 슬픈 꿈이다. 답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찾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화이트보드에 'I want to live for(~을 위해 살고싶다)'를 적었다. 박진영은 "이렇게 되면 'I want to be'는 수단이 된다. 'I want to live for'는 꿈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자는 위치다. 후자는 위치가 아닌 가치의 문제다"라며 "내 인생 전체를 바칠 만한 가치가 무엇인가. 여기에 들어갈 단어를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영은 2019년 3월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꿈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힌 바 있다. / SBS
꿈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
박진영의 해당 이야기는 온라인 영상 플랫폼에서도 여러 클립을 생성하며 대중들에게 공감을 받았다. 그의 말처럼 '~이 되고 싶다'는 꿈은 도착점을 전제한다. 목표가 달성되는 순간 꿈은 종료된다. 꿈이 사라진 자리에는 공백만 남는다. 그렇다고 해서 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그 꿈은 실패로 기록된다. 이 구조에서 꿈은 본질적으로 취약하다. 이루어도 문제, 이루지 못해도 문제인 설계다.
반면 '~을 위해 살고 싶다'는 꿈은 방향을 가진다. 특정한 도착점이 없으니 종료도 없다. 목표 하나가 좌절되더라도 방향은 살아있다. 여기서 개별 목표들은 수단이 된다. 설령 방황의 시기가 찾아와도 실패하거나 방향을 잃는 것이 아니라 경로를 바꾸는 것이 된다. 꿈이 삶 전체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이 차이는 심리학에서도 유사하게 논의된다. 외적 목표에 집중할수록 그것을 달성했을 때 만족감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내적 가치와 연결된 활동은 그 자체가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지속성이 높다.
대개 꿈을 '위치'로 설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회는 꾸준히 목표를 숫자로 표현하도록 훈련시킨다. 몇 살까지 무엇을 이뤄야 한다는 암묵적인 타임라인이 존재한다.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승진. 이 목록들이 대부분 그렇다. 달성하면 다음 항목으로, 달성하지 못하면 뒤처진 사람으로 분류되는 구조다.
AI로 생성된 자료사진.
문제는 그 목록이 끝났을 때 혹은 그 목록이 외부 환경에 의해 박탈됐을 때다. 박진영이 경험한 것처럼 아무리 충실하게 준비해도 실패의 과정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이때 무너지지 않으려면 성공 자체가 목적이 아니어야 한다. 삶의 방향과 그 가치에 대한 고민, 자신만의 소신이 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젊은 세대에게 꿈은 점점 더 추상적이고 불안정하게 느껴진다. 기성세대에 존재하던 직업적 안정성의 환상은 무너졌고, 어떤 꿈을 꿔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이 크다. 중장년층 역시 이미 꿈이라 불렀던 것들을 이루거나 포기한 뒤, 남은 삶을 어떤 방향으로 채워야 할지 다시 묻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박진영이 말한 '인생 전체를 바칠 만한 가치'를 찾는 것이 더욱 조명된다. 그 가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가족일 수도 있고, 창작일 수도 있고, 특정 공동체의 성장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가치가 외부의 인정이나 타인의 평가를 의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한다.
꿈을 다시 들여다보고 설계한다는 것은 이미 가진 꿈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 꿈이 어떤 자리에 놓여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목적의 자리에 있는가, 수단의 자리에 있는가. 그것을 명확히 하는 것만으로도 꿈은 더 단단한 내구성을 갖게 된다.
AI로 생성된 자료사진.
K팝 산업의 성장을 이끈 박진영
박진영은 1994년 '날 떠나지마'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독특한 스타일과 댄스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았고, 이후 '허니', '그녀는 예뻤다' 등 히트곡을 연달아 냈다. 1997년에는 JYP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제작자로서의 길을 열었다.
이후 JYP엔터테인먼트는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3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원더걸스, 2PM, 미쓰에이,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ITZY, NMIXX 등 시대마다 주요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키워냈다. 올해 3월 박진영은 사내이사직을 사임했지만 창의성총괄책임자(CCO) 직위는 그대로 유지하며 후배 아티스트 양성 업무를 계속 맡고 있다.
박진영은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공동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K팝 산업을 위해 회사 차원에선 할 수 없는 일을 해 보려고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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