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는 2014년부터 영국 권위지 '가디언'의 월드컵 네트워크(World Cup Experts' Network) 회원사입니다. '가디언'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출전국 현지 전문가와 협업해 완성한 심층 분석 기사를 양사 특약에 따라 풋볼리스트가 국내 독점 게재합니다.
▲ 카보베르데 대회 플랜
“즐기자. 우리는 월드컵에 진출했고, 이제 함께 즐길 시간이다.” – 다일론 리브라멘토
카보베르데의 별명인 ‘블루 샤크스’는 이번에 사상 첫 월드컵 무대를 밟는다. 완전히 미지의 영역에 뛰어드는 셈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쉽게 무시하기는 어렵다. 서아프리카 해안에서 떨어진 작은 군도 국가인 카보베르데는 2003년에야 처음으로 월드컵 예선에 참가했다. 하지만 세계 축구 무대 정상권을 향한 이 같은 급격한 도약의 압박을 감당할 수 있는 팀이 있다면 바로 카보베르데다. 국가적 모토인 ‘모라베자(morabeza)’가 대략 ‘스트레스 없이 살자’ 정도로 번역되기 때문이다.
물론 H조에서는 쉽지 않은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스페인, 우루과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어야 한다. 페드루 레이탕 브리투 감독, 일명 ‘부비스타’가 꾸린 대표팀은 매우 독특하다. 26명의 선수들이 14개국 25개 클럽에 흩어져 있으며, 수도 프라이아 출생 선수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출생 선수가 더 많다. 무려 6명이다. 하지만 이민과 디아스포라를 기반으로 성장한 나라에서 복잡한 정체성과 다양한 언어는 문제가 아니라 강점이다. 부비스타 감독은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뒤 프라이아 홈팬들 앞에서 가디언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단합은 각 선수의 고유성을 존중할 때만 가능합니다.”
현재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은 거의 5년 가까이 함께해 왔다. ‘블루 샤크스’는 신체적으로 강하고 수비를 두려워하지 않는 팀이지만, 동시에 라이언 멘데스, 윌리 세메두, 조반 카브랄 같은 기술적인 공격수들을 중심으로 섬나라 특유의 창의적인 축구도 추구한다. 아일랜드 태생의 샴록로버스 수비수 피쿠 로페스는 ‘온 더 휘슬’ 팟캐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작은 나라라고 해서 점유율을 포기하는 건 아니에요. 공격 지역에서는 언제나 기술과 결정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팀을 둘러싼 유일한 물음표는 로건 코스타의 몸 상태다. 비야레알 소속 중앙 수비수인 코스타는 이 팀에서 드물게 유럽 최고 수준에서 뛰는 선수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전방십자인대(ACL) 파열 부상을 당한 뒤 이번 시즌 아직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 감독: 부비스타
페드루 레이탕 브리투, 일명 부비스타 감독은 매우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엘리베이터 관리인과 양치기 일을 병행했고, 어머니는 보아비스타섬에서 10명의 자녀를 키웠다. 사촌인 파울루 산투스는 이렇게 회상했다. “가족은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아이들 모두를 공부시키기 위해 상비센트섬 민델루에 집까지 마련했죠.” 하지만 부비스타는 결국 축구를 선택했다. 그는 포르투갈, 스페인, 앙골라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카보베르데 대표팀 주장으로도 거의 10년을 뛰었다. 선수 시절 ‘침묵의 주장’으로 불렸던 그는 지금도 말수가 적고 타협을 싫어하는 인물이다. 강한 의지와 엄격한 원칙으로 팀을 이끌어 왔으며, 대표팀 소집 기간 동안에는 오직 크리올어(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만나면서 형성된 혼성 언어)만 사용하도록 강요한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대표팀의 공식 언어는 크리올어입니다. 선수들이 가끔 다른 언어를 쓰려고 하지만 허용하지 않습니다. 카보베르데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죠.”
▲ 핵심 선수: 히앙 멘드스
2012년 레스터시티의 전설적인 스카우트 스티브 월시는 프랑스 르아브르를 찾았다. 그곳에서 훗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을 경험하는 리야드 마레즈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 그의 진짜 목표는 아카데미 최고의 재능으로 평가받던 멘데스였다. 레스터가 마레즈를 영입하기 전, 멘데스는 에덴 아자르의 대체자로 릴에 입단했다. 발목 부상으로 인해 클럽 커리어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지만, 대표팀에서는 카보베르데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다. 멘데스는 주장, 역대 최다 득점자, 역대 최다 출전 선수이며 이번 월드컵에서 카보베르데 역사상 최초의 A매치 100경기 출전 선수가 될 예정이다. 36세가 된 지금 전성기에서는 내려왔지만 여전히 팀의 중심이다. 수비수 피쿠는 이렇게 말했다. “멘데스는 정말 오랫동안 팀을 위해 헌신해 왔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 골을 넣어줬죠.”
▲ 주목할 선수: 다일론 리브라멘토
대표팀에 합류한 지 겨우 2년 남짓이지만 이미 전설적인 존재가 됐다. 월드컵 예선에서 4골을 기록했고, 앙골라전 멀티골, 카메룬과의 결정적인 경기 결승골, 에스와티니전 선제골 등 중요한 순간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다. 리브라멘토는 측면 자원은 풍부하지만 최전방 존재감이 부족했던 카보베르데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태어난 그는 카보베르데 출신 가수 마리지아의 아들이며, 본인 역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형 예르지는 네덜란드 유명 힙합 그룹 브루더리프데(Broederliefde)의 멤버다. 월드컵 진출 확정 후 프라이아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는 브루더리프데가 직접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 언성 히어로: 케빈 피나
피나는 현재 러시아를 자신의 무대로 삼고 있다. 그는 크라스노다르를 구단 역사상 첫 러시아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포르투갈 2부리그에서 곧바로 크라스노다르로 이적했기 때문에 카보베르데 밖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선수다. 하지만 데로이 두아르테와 함께 중원의 엔진 역할을 담당하며 공격진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뒤에서 궂은일을 도맡는다. 장신 미드필더지만 기술도 뛰어나다. 특히 전진 패스와 볼 운반 능력은 대표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득점은 많지 않지만, 넣는 골은 대개 강렬한 중거리포다.
▲ 기억해야 할 선수
조지마르 디아스 '보지냐': 카보베르데 축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멘드스와 함께 카보베르데가 출전한 모든 주요 국제대회를 경험한 두 명의 선수 중 한 명이다. 국민적 사랑을 받는 축구 영웅으로 꼽힌다. 커리어는 결코 화려하게 시작되지 않았다. 25세가 돼서야 처음으로 조국을 떠났고 앙골라 구단 프로그레수두삼비장가에 입단하며 프로 선수가 됐다. 불과 6개월 뒤 역사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보지냐는 카메룬과 A매치에서 국가대표 데뷔전에서 2-0 승리를 거뒀고, 카보베르데가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본선에 진출하는 발판이 됐다. 당시 주장 페르난두 네베스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 그가 경기에 나섰을 때는 솔직히 걱정이 됐어요. 어떤 선수인지 잘 몰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10분이 지나자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어요. 내게 보지냐는 카보베르데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에요." 40번째 생일을 맞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 서게 된다. 늦은 나이에 프로가 됐고, 작은 섬나라의 골키퍼로 시작했지만 결국 월드컵까지 도달한 보지냐의 여정은 카보베르데 축구 자체를 상징하는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국가대표 골키퍼가 아니라 카보베르데가 자랑하는 '국보'다.
조반 카브랄: 카브랄은 스포르팅의 오랜 암흑기를 끝낸 주역 가운데 한 명이었다. 후벵 아모림 감독 체제에서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며 19년 만의 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다. 포르투갈 무대에서의 성공은 카브랄에게 새로운 꿈을 품게 했다. 카보베르데 대표팀에서 친선경기 한 차례만 출전한 상태에서 대표팀 합류를 사실상 미뤘다. 대신 포르투갈 국적 취득을 추진하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축구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잇따른 부상이 찾아왔고, 경기력도 점차 하락했다. 한때 유럽 무대가 주목하던 유망주였던 그는 결국 클럽과 대표팀 모두에서 입지가 흔들렸다. 그 후 카브랄은 다시 카보베르데의 품으로 돌아왔다. '블루 샤크스' 일원으로 재합류한 그는 조국과 함께 역사적인 월드컵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빠른 돌파와 과감한 일대일 능력, 그리고 한순간에 경기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창의성은 여전히 그의 가장 큰 무기다. 굴곡 많은 커리어를 지나 다시 조국의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무대에 선 카브랄은 카보베르데가 기대하는 가장 위험한 '게임 체인저' 가운데 한 명이다.
윌리 세메두: 세메두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한 선수다.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프랑스 축구계에서 프로 데뷔 기회를 얻지 못했다. 많은 선수들이 포기를 고민할 상황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키프로스로 건너가 당시 4부리그던 알키오로클리니에 입단한 것이다.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4시즌 동안 팀과 함께 무려 세 차례 승격을 경험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후 유럽 여러 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 무대를 거친 세메두는 다시 키프로스로 돌아왔다. 현재 카보베르데 선수들 가운데 클럽 기준 가장 뛰어난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2025년 키프로스 체육기자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또 이번 시즌에는 키프로스 1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과 두 자릿수 도움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가 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측면에서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저돌적인 돌파는 세메두의 가장 큰 강점이다. 상대 수비를 흔들고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능력 덕분에 그는 언제든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카드로 평가받는다. 카보베르데가 첫 월드컵 무대에서 돌풍을 꿈꾼다면, 공격에서는 세메두의 발끝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기량만 놓고 보면 그는 대표팀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 예상 선발 라인업: 4-3-3
보지냐(GK) – 스티븐 모레이라, 로건 코스타, 피쿠 로페스, 시드니 카브랄 – 케빈 피나, 데로이 두아르테, 자메이루 몬테이루 – 히앙 멘드스, 다일론 리브라멘토, 조반 카브랄
▲ 카보베르데 팬들이 월드컵에서 보여줄 특징
미국 입국을 위해 한때 1만 5,000달러의 보증금이 필요했던 만큼 블루 샤크스 팬들의 숫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될 수 있다. 지난 5월 FIFA 패스 소지자에 한해 보증금이 면제됐지만, 월드컵 관람을 준비하는 카보베르데 팬 대부분에게는 너무 늦은 조치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많은 카보베르데 관중이 경기장을 메울 전망이다. 미국에는 약 50만 명의 카보베르데계 주민이 살고 있다. 이는 본국 인구와 거의 같은 규모다. 푸른 유니폼, 푸른 국기, 상어 모양 모자,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이 함께할 것이다. 음악은 카보베르데가 세계에 내놓은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에우제니우 타바르스에서 세자리아 에보라, 그리고 다일론 리브라멘토의 어머니 마리지아에 이르기까지, 카보베르데의 대표 음악 장르인 ‘모르나(morna)’는 섬을 떠나 해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험을 노래한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와도 완벽하게 어울린다. 가수 소라이아 하무스의 ‘냐 테하(Nha Terra)’는 이번 대회의 비공식 응원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글= 앨러스데어 하워스(가디언)
편집= 김진혁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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