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영토'라며 日 비난 소재로 활용했으나 2년 넘게 언급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세운 이후 관영 매체에서 독도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독도 문제를 주민들의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소재로 활용했던 북한이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독도를 적국의 영토로 간주하며 철저한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연합뉴스가 북한 관영 매체 보도 내용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독도 문제를 매개로 일본 정부를 비난한 건 2023년 2월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기념행사 개최에 대한 논평을 내고 "일본반동들의 '독도영유권' 주장놀음은 역사적 정의와 진실에 대한 엄중한 도전"이라며 "우리 민족의 영토주권, 자주권에 대한 침해행위"라고 맹비난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조선중앙TV를 통해 고려인 형제가 우산도(독도)가 우리나라 땅임을 증명하는 금불상을 목숨 바쳐 지킨다는 내용의 영화 '피묻은 약패'를 방영하는 등 주민들의 항일 투쟁 의지를 고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이 있었던 2023년 말부터는 '독도'에 대한 언급은 자취를 감췄다.
가장 최근 언급은 2024년 1월 조선중앙통신이 남한 내 반정부 시위 소식을 전한 보도로 시위대가 "윤석열 패당이 독도를 영토분쟁지역으로 만들었다"고 규탄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실었을 뿐이었다.
이후 현재까지 독도를 직접 다룬 북한 측 자체 보도나 평론은 전무한 상태다.
이는 김 위원장이 2023년 말부터 남북관계를 교전국 관계이자 적대적인 두 국가 체제로 선언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영토상 독도가 북측 관할이 아닌 남측에 속하는 만큼, 대남 단절 조치의 하나로 독도 이슈 자체를 의도적으로 지워버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헌법에 한반도 북측 지역만 영토로 규정한 조항을 신설하고, 통일 조항을 삭제하는 등 '두 국가' 노선을 반영한 개정 작업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이 자국의 지리적 특징을 중국어로 소개하는 지도와 책자에서 독도를 지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남북관계를 한 민족이 아닌 외국이자 적대국으로 취급하겠다는 노선이 선전 매체는 물론 대외용 지리 정보에까지 철저히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sk@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