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야권 국회 조문 요구했으나 밀레이 정부 거부…전국서 추모 집회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에서 날카로운 사회 비판 메시지를 던지며 국민적 사랑을 받던 '록 음악의 전설'이 별세하자 팬들이 국회의사당 조문을 요구하며 추모했다.
라나시온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의 인기 록가수 카를로스 알베르토 '인디오' 솔라리(77)가 지난 5일(현지시간)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자 팬들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회의사당에서 공개 조문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야권도 이를 국회에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상·하원 지도부와 하비에르 극우 성향의 밀레이 정부 측은 허용하지 않았다.
팬들은 아르헨티나 대중음악의 또 다른 전설인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와 산드로가 사망했을 당시 국회의사당에서 공식 조문 행사가 열렸던 사례를 거론하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서도 "수십 년 동안 아르헨티나 대중문화를 대표했던 인물에게 국가 차원의 추모 공간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1949년생인 솔라리는 전설적 밴드 '파트리시오 레이와 그의 레돈디토스 데 리코타'의 보컬로 활동하며 아르헨티나 록 역사를 새로 쓴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은 음악계를 넘어선다.
군부독재와 경제위기에 시달린 아르헨티나 사회에서 솔라리는 서민과 청년층의 정부 비판적 정서를 대변하는 상징이나 다름없다.
생전에 솔라리는 밀레이 정부가 시장 만능주의 정책으로 중산층을 붕괴시킨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특유의 난해하고 시적인 가사에는 사회적 소외와 불평등에 대한 비판이 녹아있었다.
팬들은 솔라리의 음악을 종교처럼 받아들이며 그의 공연을 '콘서트'가 아닌 '미사'로 불렀다.
2017년 인구 12만명의 소도시에서 열린 공연에는 30만 명 이상이 몰려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기도 했다.
AFP통신은 "소비만능주의와 자본주의, 국가의 억압에 대한 솔라리의 노래 다수가 아르헨티나에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고 평했다.
솔라리의 사망 당일 수천명의 팬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 5월 광장과 전국 주요 도시 광장에 모여 추모 행사를 열었다.
한 팬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은 우리를 실망시켰지만 솔라리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며 "그는 가수가 아니라 우리 세대의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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