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이 뚜렷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비트코인의 위상도 크게 약화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자산 시가총액 상위 5위권에 진입했던 비트코인은 최근 14위까지 밀려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인공지능(AI) 관련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가총액 집계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1조4090억 달러(약 1973조 원)로 글로벌 자산 순위 14위를 기록했다. 한때 세계 주요 빅테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비트코인은 현재 삼성전자와 메타보다 낮은 순위에 머물고 있다.
비트코인의 전성기는 지난해 하반기였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7월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며 한때 12만 달러, 원화 기준 약 1억7000만 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약 2조4000억 달러(약 3360조 원)까지 불어나며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을 제치고 글로벌 자산 시가총액 5위권에 진입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바뀌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미국 국채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약 11%, 최근 1년 기준으로는 약 30% 하락하며 시가총액도 크게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투자 자금이 가상자산에서 AI 관련 주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AI 산업 성장 기대감이 지속되면서 미국 대형 기술주 중심의 투자 수요가 확대된 반면, 가상자산 시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주요 기술기업으로 구성된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7)’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1년 동안 33% 상승하며 비트코인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비롯해 대형 기술주들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동안 비트코인은 박스권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투자사 Wintermute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10거래일 동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 약 2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물 ETF 출시 이후 가장 긴 자금 유출 흐름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비트코인 대량 보유 기업인 Strategy의 매각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윈터뮤트는 "거시경제 환경이 다소 안정됐음에도 가상자산 시장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시장의 문제는 거시경제보다 새로운 매수 주체가 부족하다는 점에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 그리고 CME의 나스닥 가상자산 지수 선물 출시 여부가 단기 시장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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