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3%를 넘어서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서비스 물가까지 상승세를 보이면서 물가 안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Les Echos)는 2일 유럽연합 통계청 발표를 인용해 5월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2%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4월의 3.0%보다 높아진 수치로,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3%를 넘어선 것은 2023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중동 지역 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했고, 이에 따라 유로존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약 1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핵심 인플레이션 상승을 꼽고 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핵심 물가상승률은 2.5%로 예상치를 웃돌았으며, 특히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3.5%까지 확대됐다. 이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운송과 관광, 숙박 등 서비스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2022년 에너지 위기와는 다르다고 분석한다. 당시와 달리 유로존 경제는 과열 상태가 아니며 소비와 기업 활동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세 역시 둔화되고 있어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0.1%에 그치며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국제유가도 아직 배럴당 100달러를 넘지 않고 있어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CB 내부에서는 선제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독일 출신 ECB 집행이사인 Isabel Schnabel을 비롯한 일부 정책 결정자들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기 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Gediminas Šimkus ECB 정책위원 역시 "새로운 인플레이션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물가 상승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금리 인상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ECB의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는 상징적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동 정세와 에너지 가격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금리 인상 이후 추가 긴축 여부를 둘러싼 ECB 내부 논의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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