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경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소프트웨어와 광고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던 기술기업들이 이제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자본집약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모습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분석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미국 4대 기술기업의 올해 1분기 투자 지출이 핵심 사업에서 창출한 현금흐름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 기업의 올해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50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검색 광고, 소셜미디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용 소프트웨어 등 기존 사업이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AI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 투자 규모는 더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같은 기간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1,886억 달러로 전년 대비 2.4배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투자 규모가 핵심 사업 수익보다 379억 달러 더 많아지면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현금흐름 적자가 발생했다.
특히 아마존의 투자 확대가 두드러졌다. 아마존의 1분기 투자 지출은 64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며 4개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AI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센터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AI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알파벳 역시 AI 투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처음으로 투자 지출이 핵심 사업 수익을 넘어섰다. 올해 1분기 투자 규모는 633억 달러로, ChatGPT 등장 직후였던 2023년 1분기와 비교하면 20배 이상 증가했다.
메타 역시 소셜미디어와 광고 사업의 AI 고도화를 위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투자 규모는 336억 달러로 3년 전보다 약 5배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투자 경쟁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개 기업의 올해 연간 설비투자 규모는 최대 7,2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지난해보다 76% 증가한 수준이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메타, 아마존, 알파벳은 최근 잇따라 회사채를 발행하며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세 기업이 지난해 말 이후 발행한 회사채 규모만 1,9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ChatGPT 등장 이후 기술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과 플랫폼 경쟁력이 핵심 자산이었다면, 이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확보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술기업들이 과거처럼 인수합병(M&A),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에 자금을 활용하기보다 AI 인프라 구축에 우선 투자하는 흐름도 강해지고 있다. 생성형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점차 ‘지식집약 산업’에서 ‘자본집약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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