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위클리 컬처] 6월 첫째 주 문화 3선...‘콜럼버스’·‘딸기 이론’·‘악필, 그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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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위클리 컬처] 6월 첫째 주 문화 3선...‘콜럼버스’·‘딸기 이론’·‘악필, 그 울림.’

투데이신문 2026-06-06 14:55: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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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요즘 극장가는 하반기의 개봉작으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침체된 극장가 회복을 위해 영화 할인권을 파격적인 규모로 지원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영화 <군체> 가 단기간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상자 속의 양> 부터 오랜만에 돌아온 국내 코미디 <와일드 씽> , 할리우드 거장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디스클로저 데이> , 나홍진 감독의 <호프> 까지. 기대작들의 연이은 행렬에 마음은 벌써부터 설렘으로 가득 찹니다.

[TN 위클리 컬처]에서는 대작뿐만 아니라 우리가 주목해야 할 영화와 전시를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이번 주도 어김없이 ‘무엇을 볼까’,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엄선한 문화예술 소식을 지금 바로 전해드립니다.


 영화 콜럼버스

영화 <콜럼버스> 스틸컷 [사진 제공=엣나인필름]

삶을 담아내는 미장센

건축만큼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예술이 있을까요. 건축은 단순히 비와 바람을 막는 공간을 넘어 훌륭한 건축물은 일상의 감동과 영감을 불어넣는데요. 건축의 매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성과 사람의 삶을 담아내는 실용성이 결합된 것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건축물 앞에 서는 일은 때로 그 공간을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을 가장 고요하게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기도 하는데요. 차가운 콘크리트 틈새로 따스한 인간적 유대를 피워내는 건축을 닮은 영화 한 편이 찾아왔습니다.

영화 <콜럼버스> 는 미국 모더니즘 건축의 메카로 불리는 도시 ‘콜럼버스’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곳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 ‘진’과 ‘케이시’는 서로의 무너진 내면과 삶의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스며들게 되는데요. 

‘코고나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죠. 한국에서는 영화 <애프터양> , 드라마 <파친코> 등을 통해 섬세한 영상미와 깊이 있는 연출력으로 사랑받아온 감독입니다. 그의 작품이 국내에 차츰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관객들의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졌는데요. 코고나다 감독의 독창적인 영화미학이 시작된 첫 감독 데뷔작 <콜럼버스> 가 다시 한번 국내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작품은 블록버스터처럼 박진감이 넘치는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사진을 보는 듯한 정교한 대칭이 돋보이는 영화인데요. 영화 속 등장하는 다양한 건축물들을 보며 영화적 서사뿐만 아니라 장면이 주는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것도 영화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 생각됩니다. 

건축물을 통해 구조적 안정감과 미장센을 유영하게 하는 영화 <콜럼버스> 는 현재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도서 딸기 이론

우리가 먹어왔던 딸기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무엇인가요. 저는 봄 제철 과일이지만 정작 봄에는 먹을 수 없는 딸기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추운 겨울이 싫지만 맛있는 딸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겨울을 얄밉게 좋아하기도 합니다. 

어릴 적 식사 예절 교육을 받을 때면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라’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것 같아요. 하나의 식재료가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거친 여러 사람의 땀과 수고를 알라는 의미였는데요. 자원이 풍부하다 못해 넘쳐나는 요즘은 음식의 소중함이 점점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앞서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딸기라고 소개했죠. 그런데 그동안 수많은 딸기를 먹어오면서도 이것이 누구의 손을 거쳐 왔는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요. 우리가 달콤하게 삼켜왔던 일상 뒤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딸기를 수확해 온 이들의 삶을 탐구하는 신간이 출간됐습니다.

도서 <딸기 이론> 은 김숨 작가의 신간입니다. 신춘문예로 작가 활동을 시작한 그는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 <떠도는 땅> , <오키나와 스파이> 등을 통해 연약한 삶과 목소리를 소설로 옮겨왔는데요. 그런 그가 이번에는 ‘딸기’로 여성 이주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려주려 합니다.

책은 한국 어느 딸기밭 비닐하우스에서 숙식하며 일하는 미얀마 여성 노동자 ‘샤빼’의 편지로 시작됩니다. 샤빼는 미얀마에서 본 한국과 실제 한국이 다르다는 것에 놀라는데요. 여느 이주 노동자들처럼 K-팝과 K-드라마로 알게 된 한국과 달리 샤빼가 목격한 한국은 비닐하우스라는 현실이었죠.

케이크 위에 올라가는 딸기는 새빨갛고 반짝이며 탐스러운 외형입니다. 하지만 소설 속 우리가 마주하는 딸기밭은 축사나 양계장과 크게 다를 것 없이 묘사되는데요. 더 빨리,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24시간 밤낮없이 전등을 켜두는 그곳은 생명이 허락되지 않는 거대한 공장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는 갈색 피부의 여성 역시 딸기처럼 오직 노동의 가치로만 매겨진 채 ‘딸기 계급’의 가장 낮은 곳에 묶여 있죠.

이 책은 우리가 매일 누리는 일상의 달콤함이 타인의 철저한 소외와 노동 위에 세워져 왔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데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배척된 이들의 슬픔을 ‘딸기’로 풀어내며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비추는 김숨 작가의 신간 <딸기 이론> 은 전국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시 악필, 그 울림.

<악필, 그 울림.> 전경 사진 [사진 제공=고홍명함은숙문화재단]
<악필, 그 울림.> 전경 사진 [사진 제공=고홍명함은숙문화재단]

티슈를 꼭 챙겨가세요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손글씨보다 타자를 더 많이 하게 되는 요즘 손글씨의 가치를 더욱 크게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손글씨는 각기 다르기에 고유하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데요. 폰트처럼 반듯하고 예쁜 글씨도 눈에 보기 좋지만 개인의 성격이 드러나는 악필 역시 매력적이죠. 

전시 <악필, 그 울림.> 은 제목 그대로 악필이 주는 진심을 조명하는 자리입니다. 누군가의 손글씨를 보기가 희귀해진 시대에서 글쓴이의 진심이 담긴 손글씨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데요. 예체능 입시생의 일기부터 처음 항암치료를 끝낸 아내를 본 뒤 남긴 메모까지. 누군가의 진심이 꾹꾹 눌러 담긴 전시장에는 관람객들의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전시장 측에서는 친절히도 곽티슈를 함께 배치해 눌러 담은 눈물을 훔치며 타인의 삶이 건네는 위로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16일 동안 약 7300점의 작품이 접수됐는데요. 이 중 단 26점만이 심사를 통해 선정돼 전시장에 놓였습니다. 이번 심사에는 공병각 캘리그라퍼와 김이나 작사가가 함께했는데요. 26점의 악필이 전하는 진심과 이야기는 손글씨만이 전할 수 있는 깊은 진정성과 기록의 힘을 증명해 보입니다.

전시만큼이나 전시를 마련한 문화재단의 배경 역시 독특합니다. 이번 전시를 주최한 고흥명·함은숙문화재단은 ‘한국빠이롯드만년필’을 설립해 평생 필기구 사업과 문구 문화 발전에 헌신한 고흥명·함은숙 사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설립됐는데요. 이번 전시 역시 두 창립자의 정신을 이어받아 기록이라는 행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조명하고자 마련됐죠.

‘세상의 모든 쓰는 행위를 지지한다’는 따뜻한 철학 아래, 가공되지 않은 삶의 흔적을 발견하게 하는 전시 <악필, 그 울림.> 은 오는 7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스튜디오 고함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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