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의 'AI 4대 선물 보따리'…韓 반도체·로봇 산업 '슈퍼사이클' 점화하나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젠슨 황의 'AI 4대 선물 보따리'…韓 반도체·로봇 산업 '슈퍼사이클' 점화하나

폴리뉴스 2026-06-06 12:24:30 신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6.5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6.5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정말, 정말 바빠질 것이다(Korea is going to be really, really busy)."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의 한 삼겹살집 '형님 저요' 앞. 검은색 가죽 재킷 차림의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CEO)가 취재진 앞에서 던진 한마디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네 개의 단어 ― 베라 루빈(Vera Rubin), 베라 CPU, RTX 스파크(Spark), 젯슨 토르(Jetson Thor)는 향후 5년간 한국 경제의 항로를 바꿀 '청사진'에 가까웠다

이날 황 CEO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가진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은 친교의 자리를 넘어, 한국 산업 지형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본지(폴리뉴스)는 황 CEO가 풀어놓은 'AI 4대 선물 보따리'가 한국 각 기업과 거시경제에 미칠 파장, 그리고 이 기회를 국부(國富)로 전환하기 위해 정치권이 짊어져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메모리 반도체, 'HBM4 슈퍼사이클'의 서막

황 CEO가 가장 먼저 언급한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인 호재(好材)다. 베라 루빈 플랫폼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대거 탑재되며, 신규 CPU '베라'에는 막대한 양의 LPDDR5 모바일 메모리가 들어간다. 황 CEO 본인이 "베라 루빈은 다량의 HBM을 사용할 것"이라고 직접 밝힌 만큼,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대규모 수주(受注) 예고장인 셈이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HBM4 조달 비중은 SK하이닉스가 약 70%, 삼성전자가 30% 수준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초고성능 모델인 '베라 루빈 NVL72'에 HBM4를 독점 공급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 이는 그간 HBM3·HBM3E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다소 밀렸던 삼성전자가 '베라 루빈'을 발판으로 화려하게 재기(再起)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황 CEO가 회동 자리에서 "삼성, SK하이닉스의 비즈니스가 폭발적(booming)이며, 한국 주가가 매우 높고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어 무척 기쁘다"고 언급한 대목은 이러한 메모리 수요 폭증을 자신감 있게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노트북'과 'RTX 스파크', 가전·디스플레이의 새 격전지

엔비디아의 첫 AI 노트북 라인업 'RTX 스파크'는 LG전자,삼성전자 등 한국 IT·가전 기업에 새로운 캔버스를 제공한다. 그동안 노트북 시장은 인텔·AMD가 주도하는 CPU 중심 구조였으나, RTX 스파크의 등장은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시대의 본격 개막을 의미한다.

이는 곧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OLED 패널), 배터리 산업(고성능 노트북용 셀), 그리고 메모리 산업(고용량 SSD·LPDDR)에 동시다발적 수요를 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LG 구광모 회장이 회동에 참석한 배경에는 RTX 스파크 생태계 내에서 LG전자의 그램(gram) 시리즈 등 프리미엄 노트북의 협력 확대 가능성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젯슨 토르'로 열리는 피지컬 AI·로봇 시대

황 CEO가 네 번째 선물로 지목한 '젯슨 토르(Jetson Thor)'는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Physical AI)를 위해 설계된 AI 엣지 슈퍼컴퓨터다. 이 대목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곳은 단연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보유한 글로벌 로보틱스 강자로, 젯슨 토르의 가장 강력한 수요처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이 회동에 참석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네이버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와 로봇 친화형 빌딩 '1784'를 운영하는 등 피지컬 AI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온 바, 젯슨 토르 플랫폼과의 결합 시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연구센터 서울 설립', 두뇌 유출에서 두뇌 유입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엔비디아의 한국 AI 연구센터(R&D) 설립이다. 황 CEO는 "한국 내 AI 연구 엔지니어와 로봇공학 연구를 위한 매우 뛰어난 연구센터를 구축하고 있다"며 "AI 연구원이나 엔지니어를 안다면 이곳에 일하러 오라고 전해 달라"고 공개 구애(求愛)에 나섰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이미 채용 홈페이지에 '서울 근무' 조건으로 AI 기술센터 소속 피지컬 AI 담당 솔루션 아키텍트 채용 공고를 게재한 상태다. 지원 자격은 컴퓨터공학·전기공학·물리학·수학 박사 학위 소지자로, 디지털 트윈 또는 로보틱스 분야 5년 이상 경력자다

이는 그간 미국 실리콘밸리로의 일방적 '두뇌 유출(Brain Drain)'에 시달려온 한국에 '두뇌 유입(Brain Gain)'이라는 역방향 흐름을 만들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R&D 거점이 한국에 안착할 경우, 국내 박사급 인재의 해외 이탈을 늦추는 동시에 해외 우수 인재의 한국 유입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정치권의 책무 ― '선물'을 '국부'로 전환하는 4대 과제

그러나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황 CEO가 풀어놓은 4대 선물 보따리가 진정한 한국 경제의 자산이 되려면, 정치권의 전략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첫째, 'AI·반도체 특별법'의 신속한 입법이다. 미국·대만·일본 등 경쟁국들은 이미 AI·반도체 산업에 대한 세액공제, 보조금,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가동 중이다. 한국 국회는 'K-칩스법'의 일몰 연장과 함께 AI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 전력 인프라 우선 공급 등을 담은 종합 입법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둘째, AI 시대의 '전력 외교'다. 베라 루빈 한 랙(Rack)이 소비하는 전력은 가히 천문학적 수준이다. 엔비디아의 4대 선물이 실질적 산업 효과로 이어지려면,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전력망 확충과 송전선로 건설이 전제돼야 한다. 정치권은 지역 주민과의 갈등 조정, RE100 대응, 원전·신재생 균형 정책 등에서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

셋째, 'AI 인재 비자' 신설 및 R&D 인센티브다. 엔비디아 서울 연구센터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해외 박사급 연구자가 한국에 정착할 수 있는 골든 비자(Gold Visa), 자녀 교육 지원, 주거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 외국인 연구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 특례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 '미·중 기술 패권' 사이의 외교적 줄타기다. 엔비디아의 한국 투자는 미·중 반도체 갈등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다. 정부와 국회는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통제 강화, EU의 AI Act 등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에 한국 기업이 휘말리지 않도록 정교한 통상 외교를 펼쳐야 한다.

"믿음과 우정이 정말 중요하다"

황 CEO는 이날 30년 파트너 TSMC를 언급하며 "믿음과 우정(trust and friendship)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기업과 정치권 모두에 던지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선 '신뢰 기반 생태계'의 일원이 되어야만, 4대 선물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함의(含意)다.

홍대 삼겹살집의 연기와 소주잔이 채 식기도 전, 한국 경제 앞에는 거대한 도전과 기회가 동시에 놓였다. 젠슨 황이 띄운 'AI 4대 선물'이 한국 경제사(史)의 변곡점으로 기록될지, 아니면 한 번의 즐거운 회동으로 흩어질지는 이제 정치권과 기업의 손에 달렸다.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