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인 적국인데…이란도 미국서 월드컵 뛸 수 있게 된 '극적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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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인 적국인데…이란도 미국서 월드컵 뛸 수 있게 된 '극적 사연'

위키트리 2026-06-06 10:1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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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인 적국의 선수단에 미국이 비자를 내줬다.

이란 축구대표팀이 미국 비자를 발급 받으며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이란 자한바크시가 사이드 라인으러 벗어나는 공을 잡기 위해 발을 뻗고 있다. /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하는 이란 축구대표팀이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입국 비자를 발급받았다고 로이터통신이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란 대표팀의 월드컵 참가 가능성 자체가 흔들렸다. 이번 비자 발급 소식은 국제 스포츠 외교의 이례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자 발급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은 톰 배럭 튀르키예 주재 미국 대사다. 배럭 대사는 관련 보도에 댓글을 달아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참가하려는 이란 국가대표팀의 비자 처리 업무를 해준 튀르키예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스포츠는 국경을 초월하며, 전 세계의 선수들과 팬들을 환영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쟁이라는 현실과 별개로 스포츠 무대에서만큼은 문을 열겠다는 메시지였다.

이번 비자가 나온 배경에는 FIFA의 꾸준한 압박과 외교적 중재가 자리한다. FIFA는 개최국인 미국에 모든 참가국의 입국을 보장해줄 것을 수차례 요구해왔다.

유사 사례도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에도 미국은 적대 관계에 있던 여러 나라 선수단에 비자를 허용했다. FIFA 규정상 개최국은 참가 팀 전원에게 입국을 허용할 의무가 있다.

미국 국무부도 "스포츠와 무관한 인물은 주시하겠지만, 선수단 입국 자체를 막는 것은 개최국 책임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란 축구대표팀이 미국 비자를 발급 받으며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이란과 일본의 경기가 끝난 뒤 이란 자한바크시와 일본 우에다 아야세가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대표팀 일부 기술·행정 직원은 아직 비자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대표팀에는 민감한 인물도 포함돼 있다. 주장 메흐디 타레미(올림피아코스)와 수비수 에산 하지사피(세파한)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의무 복무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세 이상 이란 남성은 추첨을 통해 정규군 또는 IRGC에 배치되는 병역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이 IRGC를 외국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상황에서 해당 이력이 있는 선수들의 입국 허용이 어떤 근거로 이뤄졌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란은 5일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말리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렀다. 이후 스페인을 경유해 7일 오전 멕시코 티후아나에 도착할 예정이다. 베이스캠프를 티후아나에 두고 경기 당일 미국 국경을 넘어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티후아나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와 바로 맞닿아 있어 이동 시간이 크지 않다. 이란 대표팀의 조별리그 세 경기는 모두 미국에서 열린다. 전쟁 중인 상대국에서 6주 가까이 머물며 월드컵을 소화하는 유례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메흐디 타지 이란축구협회장은 지난달 참가 공식 선언 당시 비자 발급 보장, 선수단 안전 보장, 국기와 국가에 대한 존중 등 10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이번 비자 발급으로 그 조건의 일부는 충족됐다.

이란의 FIFA 랭킹은 22위로 G조에서 벨기에에 이어 두 번째로 강한 팀으로 꼽힌다. 어느 때보다 복잡한 조건 속에서 치르는 이번 월드컵이 이란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란이 조별리그를 통과하려면 벨기에전보다 이집트·뉴질랜드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집트(38위)와 뉴질랜드(98위)를 잡고 벨기에전에서 점수 차를 최소화하면 조 2위 이상도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번 대회는 조별리그 3위까지도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는 구조다. 48개국이 참가하는 확대 포맷에서 각 조 상위 3위에 더해 조 3위 팀들 중 성적 상위 8팀에게도 32강 와일드카드가 주어진다. 이란 입장에서는 벨기에전을 최소 실점으로 버티고 나머지 두 경기를 잡아내면 충분히 토너먼트 무대를 밟을 수 있는 구도다.

다만 전력 외 변수가 너무 많다. 전쟁 직후 대표팀 소집부터 비자 발급, 베이스캠프 이전까지 이란은 다른 팀들이 겪지 않는 소모전을 치렀다. 일부 기술·행정 스태프는 아직 비자를 받지 못했다. 경기장까지 매번 국경을 넘어야 하는 이동 방식도 체력 관리에 부담을 준다.

게다가 이란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란은 모두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이 이란 대표팀의 결집력을 높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극한의 외부 압박 속에서 도리어 하나로 뭉치는 팀이 있다. 이란이 그런 팀이 될 수 있을지, 월드컵 현장에서 확인된다.

이란의 월드컵 G조 일정 (모두 미국에서 개최)

1차전 — vs 벨기에 (잉글우드, LA 인근)

2차전 — vs 이집트 (잉글우드)

3차전 — vs 뉴질랜드 (시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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