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자락에는 산세와 도로의 곡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공간이 있다. '말티재 전망대'는 열두 굽이 고갯길의 독특한 형태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속리산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자연 풍경과 지역의 역사, 주변 명소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말티고개 풍경 / 한국관광공사(촬영 : 라이브스튜디오)
열두 굽이 고갯길을 내려다보는 전망대
백두대간 속리산 관문 일원에 자리한 말티재 전망대는 2020년 문을 열었다. 폭 16m, 높이 20m 규모의 2층 구조물로, 주변 산세와 고갯길 풍경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상층부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여, 숲이 감싼 능선과 그 사이를 흐르듯 이어지는 열두 굽이 도로가 한눈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말티재 전망대 / 한국관광공사(촬영 : 라이브스튜디오)
말티고개는 굽이진 구간이 12곳에 이르는 고갯길이다. 전망대에서는 숲 사이를 가르며 이어지는 아스팔트 도로의 곡선과 계절마다 색을 바꾸는 산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봄과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도로를 감싸고, 가을에는 단풍이 고갯길 주변을 물들인다. 겨울에는 잎을 떨군 산세 사이로 도로의 형태가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말티재 전망대가 사진 명소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로 위에서 보면 급커브와 경사만 느껴지는 길이지만, 전망대에 오르면 열두 굽이 고갯길의 전체 형태가 입체적으로 보인다. 산세를 따라 휘어지고 다시 꺾이는 도로는 자연의 능선과 대비를 이루며 이 지역만의 독특한 풍경이 된다.
속리산으로 향하던 옛길, 말티고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말티고개는 경사가 가파르고 회전 구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갯길이다. 진행 방향이 좌우로 급격하게 바뀌는 구간이 많아 운전할 때 시야 확보가 쉽지 않다. 도로의 회전 반경이 좁고 굽이가 연속적으로 이어져 자전거와 바이크 동호인 사이에서는 '열두 굽이 와인딩 코스'로도 불린다.
말티고개 풍경 / 한국관광공사(촬영 : 라이브스튜디오)
다만 경사와 급커브가 반복되는 만큼 통행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운전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급제동과 급회전을 피하고 서행해야 한다. 다음 회전 구간이 바로 보이지 않는 곳이 많아 차량이나 이륜차를 운전할 때는 안전운전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풍경을 감상하려면 도로 위에서 무리하게 시선을 돌리기보다 전망대처럼 안전한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말티고개 / 한국관광공사(촬영 : 이범수)
말티고개는 깊은 역사도 품고 있다. 고려 태조 왕건과 조선 세조가 속리산 지역으로 행차할 때 이 고개를 지났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포장된 도로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파른 흙길을 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당시 국왕의 행차를 준비하던 이들은 말과 수레가 지날 수 있도록 흙길 위에 얇은 돌을 깔아 길을 다졌다고 한다.
오늘날 말티고개는 현대식 아스팔트 도로가 됐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열두 굽이 고갯길은 과거 이곳이 속리산으로 향하는 중요한 통행로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자연 지형을 따라 난 고갯길과 그 위에 남은 역사적 이야기가 말티재 전망대의 풍경에 깊이를 더한다. 현재의 도로와 과거의 길이 같은 산자락 위에 겹쳐 보이는 점도 이곳을 찾는 또 다른 매력이다.
방문 전 확인해야 할 것들
말티재 전망대는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무료 시설이다. 다만 관람 시간은 계절별로 조금씩 다르다. 3월부터 4월, 9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며 입장은 오후 6시 30분까지 가능하다. 5월부터 8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열고 입장 마감은 오후 7시 30분이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오후 5시 30분에 입장을 마감한다.
전망대는 야외 높은 곳에 설치된 시설인 만큼, 기상 상황에 따라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 비가 오거나 강한 바람이 불 때는 출입이 통제된다. 비가 그치고 바닥이 완전히 마른 후에야 입장할 수 있다.
이는 젖은 바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끄러짐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특히 비가 내린 직후나 날씨 변화가 잦은 시기에는 현장 상황에 따라 입장이 불가능할 수 있다. 자세한 개방 여부는 속리산 휴양사업소(043-540-443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망대가 높은 곳에 있는 야외 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방문 전 운영 시간과 날씨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속리산 관문 주변으로 이어지는 동선
말티재 전망대를 둘러본 뒤에는 백두대간 속리산 관문 일대의 시설도 함께 찾기 좋다. 주변에는 소나무홍보전시관이 있어 보은의 자연환경과 소나무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솔향공원에서는 소나무 숲 사이를 달리는 스카이바이크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인접한 명소들을 함께 둘러보면 말티재 일대의 풍경을 더욱 다채롭게 경험하게 된다.
전망대에서 차로 10분쯤 산길을 따라 내려가면 속리산 '법주사'에 닿는다. 법주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찰이자 속리산을 대표하는 불교문화 명소다. 경내에는 현존하는 유일한 목조 탑 건축물인 국보 팔상전이 자리한다. 쌍사자 석등과 석련지 등 빼어난 불교 미술품과 문화재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법주사 전경 / 세종학당재단-공공누리
법주사 경내에서는 대웅보전과 금동미륵대불도 마주하게 된다. 산사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와 오래된 건축물이 어우러져 속리산 여행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말티재 전망대가 고갯길과 산세를 조망하는 곳이라면, 법주사는 속리산의 역사와 불교문화를 가까이서 만나는 공간이다. 두 곳을 한 동선으로 묶으면 자연 경관과 문화유산을 고루 살피는 알찬 여정이 된다.
법주사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천연기념물 '보은 속리 정이품송'도 볼 수 있다. 정이품송은 조선 세조가 법주사로 행차할 때 어가가 지나갈 수 있도록 가지를 들어 올렸다는 일화로 잘 알려져 있다. 그 공로로 정이품 관직을 받았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세월과 강풍 등으로 과거의 대칭적인 우산 모양은 일부 손상됐지만, 여전히 보은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은 속리 정이품송 / 세종학당재단-공공누리
정이품송은 말티고개와 법주사로 이어지는 여정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한다. 말티고개가 국왕의 행차와 관련된 기억을 품고 있다면, 정이품송은 그 행차에 얽힌 일화를 간직한 나무다. 전망대에서 길의 형태를 보고, 정이품송에서 옛이야기를 떠올리며, 법주사에서 속리산 불교문화의 흔적을 살피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보은 대추와 속리산 향토 음식
보은을 찾을 때 함께 거론되는 특산물은 보은 대추다. 보은은 속리산 자락의 깨끗한 수질과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밤낮의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하다. 대추가 자라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덕분에, 이곳 대추는 과육이 단단하고 껍질이 얇으며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보은 대추가 품질을 인정받아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는 진상품이었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오늘날 보은에서는 생대추뿐 아니라 대추과자, 대추빵, 대추차 등 대추를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도 만날 수 있다. 말티재와 속리산 일대를 둘러본 뒤 지역 특산물을 함께 맛보는 것도 보은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속리산 주변에서는 깊은 산세를 바탕으로 한 향토 음식도 발달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산채비빔밥과 산채정식이 있다. 고사리, 도라지, 취나물, 더덕 등 제철 나물과 약초를 중심으로 상을 차린다. 들기름과 전통 간장 등을 활용해 재료 본연의 향과 맛을 살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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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에 담긴 된장찌개와 여러 가지 산나물 반찬이 함께 오르는 산채정식은 속리산의 밥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산에서 나는 재료를 중심으로 차린 상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말티재 전망대와 법주사를 둘러본 뒤 속리산 아래에서 지역 음식을 맛보면 보은 여행이 한결 풍성해진다.
버섯전골과 송이전골도 속리산 일대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자연산 송이버섯과 능이버섯, 싸리버섯 등 야생 버섯을 소고기 육수에 넣고 맑게 끓여낸다. 버섯에서 우러나는 깊은 향과 국물 맛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산의 풍미를 전한다. 산채 음식이 속리산 숲의 나물과 약초를 맛보는 재미라면, 버섯전골과 송이전골은 산림이 품은 향을 뜨끈한 국물 요리로 풀어낸 별미다.
보은의 향토 음식과 특산물은 말티재 전망대에서 시작한 여행을 지역의 깊은 매력으로 확장한다. 전망대에서는 산세와 도로의 흐름을 보고, 법주사와 정이품송에서는 속리산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를 만난다. 여기에 대추와 산채 음식, 버섯 요리가 더해지면 보은의 자연과 식문화가 한데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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