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반발 영향…이민정책 둘러싼 트럼프 지지층 내 갈등 보여주는 사례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 영주권을 본국에 돌아가 신청하라며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가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물러서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최근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본국에 돌아가 미 영주권을 신청하라는 미 이민국(USCIS)의 지침이 발표된 후 주요 기업과 산업단체에서 백악관과 국토안보부, 국무부, 노동부 등을 상대로 로비를 펼쳤다.
지침이 상세하지 않아 큰 혼란이 예상되고 업계에도 타격이 클 것이어서 재고가 필요하다는 요청이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본국에 돌아가 영주권 신청을 할 경우 언제 귀국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영주권 후원을 내세워 노동력을 확보하는 데도 차질이 생긴다.
지난주 후반 트럼프 행정부는 급격히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국은 기업들과의 회의에서 대부분의 취업 비자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국은 또 취재진에 아직 공식 지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영주권을 신청하는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미국을 떠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전국이민포럼의 제니 머레이 회장은 "기업들이 영주권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정부에 직접 전달했다"면서 "정부가 이런 우려에 귀를 기울이고 재계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영주권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철회하는 과정은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이민정책을 놓고 이어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내부의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강성 지지층은 외국인에 대한 엄격한 이민정책을 요구하지만 외국인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는 재계에서는 실용적 접근을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전문직 비자인 H-1B에 1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려다 논란이 커지자 미국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신규 신청자로 적용 범위를 좁히기도 했다. 재계 반발 속에 요식업과 농업 부문의 불법체류자 단속도 중단했다.
미 이민국은 지난달 22일 외국인이 미 영주권을 신청하려면 본국에 돌아가서 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학생비자나 관광비자 등 비이민비자로 미국에 들어와 취업과 결혼 등을 통해 영주권 신청 상태로 신분을 조정하고 계속 체류하는 이들을 겨냥한 것이다. 영주권을 신청하러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처리가 늦어져 장기간 대기하거나 아예 미국으로 귀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nari@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