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도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른 시민이 벌금형을 받았다. 수사기관이 총리 눈치를 지나치게 살핀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도 온라인 검열이라며 논란에 끼어들었다.
5일(현지시간) 일간 타게스슈피겔에 따르면 독일 외어링겐 지방법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메르츠 총리를 가리켜 '거짓말쟁이 프리츠'(Lügenfritz)라고 적은 피의자에게 30일치 소득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내렸다.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대로 정치인 비방 혐의를 인정했다. 독일 형법은 정치인의 공적 활동을 저해하는 비방 행위에 별도 조항을 두고 5년 이하 징역으로 가중 처벌한다.
'거짓말쟁이 프리츠'는 19세기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토지계약 사기를 친 독일 상인 아돌프 뤼더프리츠(1834∼1886)의 이름에서 온 조롱 섞인 표현이다.
문제의 댓글은 지난해 10월 메르츠 총리의 방문에 맞춰 비행금지구역을 알리는 하일브론 경찰 페이스북 페이지에 달렸다. 수사당국은 비판 댓글이 잇따르자 38건을 정치인 비방 혐의로 수사했다.
이 가운데 유죄 판결이 내리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기다란 코 이모티콘과 함께 '피노키오가 HN(하일브론)에 온다'는 댓글을 단 지역 주민은 기소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했었다.
하일브론 검찰은 '거짓말쟁이' 댓글을 두고 "피해자의 정직함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큰 부정적 편견이나 적대감을 부추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 처벌을 두고 여당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카르스텐 리네만 기독민주당(CDU) 사무총장은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이 정도 표현을 검찰이 처벌하기 시작한다면 정말 선을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당국이 온라인을 검열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가담했다.
사라 로저스 미국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댓글 사건 기사를 올리며 "독일의 특별한 역사를 고려할 때 검열에 어느 정도 여지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자주 듣는다. 독일의 검열은 실제로 이런 데까지 확장된다"고 비꼬았다. 독일은 그동안 온라인 검열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비판에 인종차별과 혐오를 선동한 나치 흑역사를 들며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도구라고 반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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