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전세윤 작가] 무언가를 좋아하며 산다는 것은 눈이 제대로 돌아가는 장소는 꼭 하나 있을 것이라는 말과 어쩌면 동일할 지도 모른다. 나 같은 경우, 미술인이 되는 동시에 화방을 좋아하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형 서점의 향을 구매할 정도로 좋아하거나 독립서점의 책 냄새를 좋아하듯이 나는 화방 냄새를 좋아한다. ‘디깅 #0’에 첨부한 사진이 세카이도 화방 신주쿠 본점의 3층 화구 전문 코너다. 칼럼 기고의 시작으로 삼았을 정도로 그립기도 하고 너무 좋았던 장소다.
대한민국에 호미화방이 있다면 도쿄에는 세카이도 화방이 있다. 세카이도 화방의 본점은 신주쿠에 위치한다. 주소는 일본 〒160-0022 Tokyo, Shinjuku City, Shinjuku, 3-chōme−1−1 世界堂ビル 1F~5F. 6층은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영업은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다. 세카이도 화방은 1940년대에 설립되었으며 트레이드 마크는 입구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깜짝 놀라고 있는 모나리자다. 단순히 가게를 넘어 세카이도 화방은 일본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공유한다.
1층은 일반 문구, 사무용품, 필기구, 디자인 문구. 2층은 코믹/만화 용품, 디자인 용품, 마커, 제도 용품. 3층은 유화, 아크릴화, 수채화 재료, 물감, 붓 캔버스 등 화구 전문. 4/5층은 액자, 판화 용품, 대형 캔버스 및 전시용품. 6층은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정말 두근거렸다. 아마 붓을 잡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전 세계 브랜드의 물감 컬러 차트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수많은 종류의 붓, 브랜드별로 세분화 된 종이의 질감. 한국에는 없는 사이즈의 물감이 있다. 개인적으로 홀베인, 윈저앤뉴튼, 리퀴텍스, 골덴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인데 홀베인과 리퀴텍스 아크릴 물감이 한국에서 보기 힘든 컬러와 사이즈가 있어서 행복했다.
참고로 유화 물감은 기내에 들일 수 없으니 아크릴 물감과 수채물감 같은 기내 허용 재료들만 구매하고, 귀중한 재료와 재료비를 잃지 않도록 하자.
디지털 시대임에도 미술인들이 굳이 화방에 방문하는 이유는 색감과 질감은 실물로 보고 만져야 원하는 재료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카이도 화방 3층의 샘플 표들을 만져보며 스스로가 질감에 흥미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고 무감하게 살아가던 도중, 내 관심사를 알게 된다는 것은 작업에 큰 원동력이 된다.
모든 재료에는 원형이 있다. 원형의 기준은 불분명하지만 가공해 나가며 완성되어 가는 재료들과 그로 인해서 작품이 완성된다. 완성의 기준 또한 불분명하여 완전한 완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미완성으로 살아가며 편견을 깨나가며 살아간다.
캔버스는 네모나야만 한다는 편견이 가득했던 당시의 나는 이 코너를 거치며, 다양한 사이즈의 캔버스와 형태를 시도해 봐야겠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꼭 전공자가 아니어도 구경거리가 정말 많으니 미술을 좋아한다면 도쿄에 갔을 때,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귀여운 문구류들도 정말 많다. 이번 달 첫 원고는 6월 첫 주에 생일이 있어 기념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써보았다. 미술을 접하면서 당신의 가장 좋았던, 좋아하게 된 장소가 있는지 한번 떠올려 보자.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을 원동력으로 지쳤을 때 저장된 연료처럼 꺼내 사용하자. 그렇게 순환하며 미술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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