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기대감에 들썩였던 국내 증시가 정작 방한 당일에는 맥을 추지 못했다. 미국 반도체주 급락으로 촉발된 이른바 '브로드컴 쇼크'가 시장을 덮치면서 황 CEO 방한이라는 대형 호재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478.82포인트(-5.54%) 내린 8160.59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장 대비 316.21포인트(-3.66%) 하락한 8323.20에 출발한 뒤 낙폭을 확대했다. 장 초반인 오전 9시 8분 25초에는 코스피200선물지수 급락으로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도 장중에는 56.93포인트(-5.42%) 내린 992.80까지 밀리며 1000선이 붕괴되는 등 크게 흔들렸다. 코스닥이 장중 10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3월 4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천스닥'을 회복했지만 1000선 초반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이번 급락의 배경으로는 미국 반도체주 조정이 꼽힌다. 간밤 뉴욕증시에서는 브로드컴(-12.59%), 마이크론 테크놀로지(-7.74%), 샌디스크(-3.92%), 웨스턴디지털(-3.13%) 등 반도체 관련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브로드컴이 3분기 인공지능(AI) 반도체 매출 전망으로 160억달러를 제시했지만 시장 기대치인 172억달러를 밑돌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황 CEO의 방한을 계기로 새로운 '엔비디아 수혜주'가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지난해 첫 방한 당시에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기대감이 반영되며 SK하이닉스 주가가 방한 발표일부터 첫 회동일까지 약 22% 상승했다. 같은 기간 SK스퀘어는 9.1%, 삼성전기는 8.7%, 삼성전자는 6.3% 오르는 등 AI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방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데다 미국 기술주 조정이 겹치면서 관련 종목 전반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상한가를 기록했던 LG전자는 전날 16.43% 급락하며 상승분 일부를 반납했다. LG(-7.21%), LG씨엔에스(-6.85%), 두산로보틱스(-5.28%), 두산(-6.15%)도 일제히 하락했다. SK텔레콤은 13.02%, 네이버는 4.63% 내렸다. 이날 역시 관련 종목들의 약세는 이어졌다. LG전자(-7.62%), LG(-5.39%), LG씨엔에스(-7.04%), 두산로보틱스(-11.15%), 두산(-3.33%), 네이버(-4.49%), SK텔레콤(-2.30%) 등이 나란히 하락 마감했다.
이날 오후 입국한 황 CEO는 서울 시내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과 만찬 회동을 갖는다. 주말에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 홈경기를 찾아 시구에 나설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방한 이벤트보다 실제 협력 성과가 향후 주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 CEO는 이번 방한 기간 국내 기업들과 피지컬 AI, 로보틱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황 CEO의 방한에 따른 기대감 유입과 선반영에 따른 셀온 매물 출회로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황 CEO는 현대차, LG, SK, 삼성, 네이버 등을 포함한 많은 미팅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고, 한국에 몇 가지 선물이 준비돼 있다고 언급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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