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권’ 쥔 은행 vs ‘지갑’ 쥔 네·카·토···원화 코인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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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권’ 쥔 은행 vs ‘지갑’ 쥔 네·카·토···원화 코인 쟁탈전

이뉴스투데이 2026-06-05 1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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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진영 기자]
[그래픽=김진영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늦어지는 사이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발행·유통·결제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겉으로는 금융사의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투자처럼 보이지만, 안쪽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 수탁·결제 인프라를 둘러싼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이다.

5일 웹3 전문 리서치사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은행·증권사·카드사·가상자산 거래소·빅테크 등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진출한 150개 기관 사이에서 196건의 협력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시장을 장악한 절대 강자는 없지만,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수탁을 중심으로 여러 진영이 동시에 구축되는 초기 국면이라는 분석이다.

경쟁 중심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원화나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와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자산으로, 가격 변동성이 큰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결제와 송금, 플랫폼 내 거래에 활용될 여지가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들어올 경우 쇼핑, 콘텐츠, 게임, 해외 송금, 지역화폐 등 일상 결제 영역으로 사용처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사와 빅테크의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쟁점은 발행 주체와 유통 채널로 좁혀진다. 한국은행은 은행 중심의 발행 구조에 무게를 두는 반면, 핀테크와 빅테크는 지갑과 결제망, 콘텐츠 이용자 접점을 앞세워 사용처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은행이 안정성과 규제 대응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면, 카카오페이·토스·네이버페이 같은 플랫폼은 대중 접점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유통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발행권뿐 아니라 유통 주도권 경쟁으로 번지는 배경이다.

이런 배경에서 은행과 플랫폼의 결합도 빠르게 거론되고 있다. KB금융은 국민은행이 발행을 맡고 토스가 유통을 담당하는 구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원에 인수하기로 하며 업비트와 네이버페이·쇼핑 인프라를 연결할 수 있는 축을 확보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묶어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 지역화폐를 연결하는 ‘슈퍼월렛’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각 진영이 다른 조합을 택하고 있지만 목표는 비슷하다. 발행, 지갑, 결제, 거래소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것이다.

거래소 지분 확보 경쟁도 이런 구도와 맞물려 있다. 삼성증권은 삼성SDS, 삼성카드와 함께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을 취득, 한화투자증권도 두나무 지분을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OKX벤처스와 코인원에 투자하고, 미래에셋그룹은 코빗 지분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단순히 코인 거래 수수료를 노린 투자라기보다, 디지털자산이 제도권으로 들어온 뒤 거래소가 고객 접점이자 유통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김진영 기자]
[그래픽=김진영 기자]

현재 거래소는 가상자산 매매 플랫폼에 가깝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STO, RWA가 법제화되면 발행된 디지털자산이 실제로 유통되는 창구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부동산이나 채권, 미술품 같은 실물 자산을 토큰으로 쪼개 거래하는 STO와 RWA가 확산되면 투자자 확인, 거래 체결, 보관, 정산, 결제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기존 이용자 기반과 거래 시스템을 갖춘 거래소는 금융사들이 디지털자산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접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STO 시장 확대 기대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STO 시장은 코스콤 중심의 증권사 컨소시엄과 신한투자증권 중심의 조각투자 연합이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홍콩과 미국 등 해외 거점을 활용해 글로벌 표준 논의에 참여하는 독자 노선을 택했다. 아직 시장 구조가 굳어지지 않은 만큼, 증권사들은 거래소와 손잡거나 자체 인프라를 키우며 제도화 이후의 유통 질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핀테크와 빅테크는 결제와 송금, 콘텐츠 소비 등 일상 사용처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카카오페이는 차세대 디지털지갑 ‘슈퍼 월렛’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연동해 카카오페이머니나 은행 계좌처럼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K팝 콘서트 티켓과 굿즈, 게임 아이템, 관광객 결제 등 실사용 사례가 늘어날수록 스테이블코인은 투자 상품을 넘어 결제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제도화 속도와 규율 방식은 주요 변수로 꼽힌다. 금융위원회와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방선거 이후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은 가상자산 발행·유통, 법인 투자 허용, 스테이블코인 규율 등 시장 구조 전반을 다루는 성격이 강하다.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할지, 핀테크와 플랫폼 사업자까지 열어둘지에 따라 시장 판도도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예금토큰 실거래 사업 ‘프로젝트 한강’도 변수로 거론된다. 예금토큰이 빠르게 안착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과 역할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은행 지분이 과반을 넘는 컨소시엄 중심 발행 구조에 무게를 두는 점도 핀테크와 빅테크에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두나무와 네이버의 기업결합 심사까지 맞물리면서 현재의 제휴 구도가 그대로 굳어질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누가 발행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실제 이용자가 어디에서 사고 쓰느냐가 시장 주도권을 가를 수 있다”며 “은행이 발행을 맡더라도 거래소와 지갑, 간편결제 플랫폼이 유통과 사용처를 쥐면 디지털자산 시장의 핵심 접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사들의 거래소 지분 투자는 단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 법제화 이후 고객과 자금이 모이는 입구를 미리 확보하려는 성격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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