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약물로 치료가 어려웠던 질환 단백질을 제거하는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이 상업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연구개발(R&D) 경쟁도 확대되고 있다. 후속 파이프라인을 지속 발굴할 수 있는 플랫폼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국내 빅파마, 조직 개편·인재 영입에 심혈
5일 업계에 따르면 TPD는 질환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단백질 자체를 세포 내에서 분해하는 기술이다. 약물로 공략하기 어려웠던 단백질까지 표적이 가능해 차세대 치료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 분위기가 바뀐 계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다. 화이자와 아비나스가 공동 개발한 프로탁(PROTAC) 기반 유방암 치료제가 FDA 허가 절차에 진입하면서 TPD의 기술적 가능성이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기업들도 조직 개편과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올해 중앙연구소 내 '뉴 모달리티 부문'을 신설하고 TPD 연구 조직을 확대했다. 미국 바이오텍 출신 연구 책임자를 영입해 독자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SK바이오팜은 분자접착제(Molecular Glue) 기반 TPD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난치성 질환 단백질을 겨냥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TPD 기반 항암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개발 중인 'EP300 선택적 분해제'는 특정 암세포를 표적하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줄이는 모습이다.
TPD에 항체 결합한 DAC…"전신 독성 한계 넘어"
TPD와 항체 기술을 결합한 DAC(Degrader-Antibody Conjugate·분해제-항체 접합체)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DAC는 항체를 통해 특정 암세포에 분해제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기존 ADC(항체-약물 접합체)가 세포독성 약물을 전달했다면 DAC는 암 유발 단백질 자체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엔지켐생명과학과 타깃링크테라퓨틱스는 최근 CDH17 항체 플랫폼과 EZH2 프로탁 기술을 결합한 DAC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양사는 소화기암을 대상으로 암세포 선택성을 높인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DAC가 기존 TPD의 전신 독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 보고 있다. 항체가 암세포에만 분해제를 전달해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경쟁력은 개별 파이프라인보다 플랫폼 확장성에서 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TPD 시장은 후보물질 경쟁을 넘어 플랫폼 경쟁 단계로 들어섰다"며 "ADC에 이어 TPD와 DAC가 차세대 항암 치료 기술 경쟁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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