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귀로만 듣는다는 오만을 부수다”…청각장애 발레리나가 만든 ‘진동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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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귀로만 듣는다는 오만을 부수다”…청각장애 발레리나가 만든 ‘진동의 영화’

뉴스로드 2026-06-05 10:39: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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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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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청각이 아닌 온몸으로 음악을 감각하는 새로운 형태의 영화가 관객을 찾는다. 국내 최초 청각장애 발레리나 고아라의 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긴 아티스틱 다큐버스터 ‘소리없이 나빌레라’가 오는 6월 24일 개봉을 확정하고, 기존 영화 문법을 넘어선 ‘시네마틱 감각 체험’을 예고했다.

‘음악은 반드시 귀로 들어야만 한다’는 통념에 정면으로 균열을 내리는 이 작품은, 소리의 공백을 신체의 파동과 진동으로 채운다. 관객이 극장 안에서 단순히 ‘듣고 보는’ 차원을 넘어, 몸으로 ‘느끼는’ 감각에 도달하도록 설계된 영화다.

주인공은 국내 최초 청각장애 발레리나 고아라. 영화는 그가 자신의 몸짓과 흩어지는 숨결, 바닥과 맞부딪히는 발끝의 마찰을 하나의 리듬이자 비트로 조각해 나가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음악과 함께 춤을 춰왔지만 정작 그 선율을 온전히 소유해본 적 없었던 무용수가,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변화의 출발점은 아이를 재우기 위해 부르던 자장가였다. 고아라는 자장가의 미세한 떨림에서 새로운 감각의 문이 열리는 경험을 한다. 이후 그는 바닥을 구르는 발끝의 진동, 근육의 수축이 만들어내는 박동, 허공에 퍼지는 숨결 등 일상의 ‘무음(無音)’ 속에서 날것의 감각을 길어 올린다. 영화는 이 과정을 세밀한 클로즈업과 리듬감 있는 편집으로 포착하며, 관객이 고아라의 감각 세계에 점차 동기화되도록 이끈다.

여기에 인공와우 사용자의 음악적 경험을 꾸준히 탐구해온 작곡가 이원우가 합류하면서 작품은 또 다른 층위를 얻는다. 고아라의 움직임에서 파생된 소리와 리듬은 이원우의 작업을 거쳐 세상에 없던 ‘입체적 비트’로 재구성된다. 전통적인 악기 선율이 아닌, 몸에서 비롯된 진동과 호흡, 마찰음 등이 하나의 음악 구조로 조직되는 과정 자체가 영화의 핵심 서사다.

두 예술가의 협업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서로의 감각 세계가 충돌하고 조율되는 창작의 현장을 생생히 드러낸다. 고아라가 자신의 신체 리듬을 세밀하게 조정해가며 새로운 비트를 제안하면, 이원우는 이를 음악적 구조로 확장하고, 다시 그 음악이 고아라의 움직임을 자극하는 순환 구조가 반복된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음악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품의 백미는 후반부 클라이맥스 퍼포먼스다. 기존 무용 공연이 화려한 악기 선율과 배경음악에 의존해 안무를 구성해왔다면, ‘소리없이 나빌레라’의 클라이맥스는 오직 무용수의 신체 리듬만을 전면에 내세운다. 무대 위에서 고아라의 발끝, 숨, 근육의 긴장이 만들어내는 파동은 극장 공간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공명통으로 바꾸어놓는다. 관객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향뿐 아니라, 화면과 사운드가 합쳐 만든 ‘진동의 질감’을 온몸으로 감지하게 된다.

연출을 맡은 현진식 감독은 이러한 시도를 통해 시각과 청각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카메라는 때로는 고아라의 발바닥과 손끝, 미세하게 떨리는 근육을 극도로 근접해 담고, 때로는 무대 전체를 포착하며 공간 안에서 진동이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시각적으로 번역한다. 영화적 장치들을 통해 ‘소리를 볼 수 있는가’, ‘진동을 들을 수 있는가’라는 감각의 전환을 유도하는 셈이다.

제작은 코모이도이가, 배급은 영화로운형제가 맡았다. 감독 현진식, 무용수 고아라, 작곡가 이원우가 중심이 된 이 작품은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라는 오랜 전제를 뒤흔들며, 관객의 심장을 직접 두드리는 거대한 파동을 예고하고 있다. ‘소리없이 나빌레라’는 6월 24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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