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 대해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여성이 실종된 선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지사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첫 여성 광역단체장이 탄생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여성 후보가 매우 적을뿐더러 전체적으로 성평등 의제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여성이 조명되는 순간은 오직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때뿐이었다. 이에 더해 '오빠·뽀뽀 해봐' 논란, 성범죄 변호 전력 논란까지 언급되면서 후보들의 성인지 감수성 논란이 계속됐다.
지난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등록 마감 결과에 따르면, 여성 후보는 광역자치단체장 9.3%, 기초자치단체장 7.2%, 광역의원 지역구 23.7%, 기초의원 지역구 26.3%로 적은 수치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여성 후보 공천에 특히 소극적이었다. 양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 각각 한 명씩만 여성 후보자를 공천했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민주당 여성 후보의 수는 18명이었는데, 이는 민주당 정청래 당대표가 지난 2월 '2026 지방선거 승리 여성 결의대회'에서 "여성 기초단체장이 30명은 돼야 한다"는 말과 상반됐다.
이 와중에 여성 후보를 둘러싼 '위장 공천' 논란도 벌어졌다. 서울 성동구 나선거구에서 민주당 김솔샘 후보는 후보 등록 직후 사퇴했다. 성남이 수정구 가선거구에서는 국민의힘 장명숙 후보가 비슷한 방식으로 사퇴했다.
공직선거법 제47조는 정당이 지역구마다 최소한의 여성 후보를 추천하도록 돼 있는데, 여성계는 양당이 이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잠시 후보를 등록했다가 취소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여성 후보는 물론 여성 정책도 희미했다. 한국성인지네트워크(이하 성인지넷)는 지난달 28일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역을 분석한 결과, 성주류화 및 성평등 정책 강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후보가 전무했다고 분석했다.
여성과 관련해 가장 많은 공약은 돌봄 지원 공약으로 전체 53명 중 28명이 제시했다. 다음으로 많은 공약은 경력단절 예방, 여성의 임신출산 지원 등으로 10명이 약속했다.
성평등 공약 자체가 없는 후보들도 있었다. 성인지넷은 부산시장 박형준 후보(국민의힘), 강원지사 우상호 후보(더불어민주당), 전북지사 양정우 후보(국민의힘), 경북지사 오중기 후보(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김경수 후보(더불어민주당) 공약에서 성평등 의제와 관련된 공약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장·경기도지사 등 일부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안전 강화 등의 정책도 함께 제시하며 돌봄·노동 공약에서 한발 나아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TV 토론회를 비롯해 성평등 의제를 두고 후보끼리 토론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 '여성'이 호명된 순간은 젠더 의제로 상대 후보를 공격할 때뿐이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의 '칸쿤 출장' 의혹을 제기하며 함께 출장에 나선 공무원이 여성임을 강조했다. 이후 일부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정 후보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성범죄 가해자들과 엮는 식으로 공세를 가했다.
개혁신당 김정철 서울시장 후보 또한 단 한 번 이뤄진 TV 토론회에서 주제와 상관없이 칸쿤 의혹을 언급하며 정 후보를 공격했다. 성 비위 공세 외에 김 후보는 별다른 성평등 정책을 언급하지 않았고, 이는 국민의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후보와 선거유세를 도우러 나선 정치인들의 성인지감수성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후보의 유세를 돕던 중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에게 "여기 정우 오빠, 오빠 해봐요"라고 말했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사과했다. 같은 달 31일에는 정원오 후보 선거 유세에서 민주당 우형찬 양천구청장 후보가 현장에서 만난 아기에게 "뽀뽀해"라고 말해 정 후보가 "깊이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 또한 이달 25일 박민식 부산 북갑 후보 지원 유세에 참여했다가 지나가는 여학생들에게 손을 흔들며 "안녕하세요, 여기 잘생긴 오빠들 많아요"라고 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국민의힘 강기윤 경남 창원시장 후보 길거리 유세에서 흰색 반바지 차림의 청년 여성들이 동원돼 춤을 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과거 성범죄 가해자들을 수십 차례 변호해 논란에 선 후보도 있었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김용남 후보는 변호사 시절 30여 건의 성폭력 가해자를 변호했는데, 변호를 한 사실 자체보다도 변호의 '내용'이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는 당시 20세 전후 남성 6명이 중학교 2학년 여학생에게 집단 성폭력을 가한 사건에서 '피해자가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또 친족성폭력 사건에서는 '훈육하는 차원에서 피고인의 성기에 접촉하라고 피해자에게 한 적이 있으나 고의는 없었다'고 했다. 전형적인 가해자 옹호 또는 2차 가해에 해당하는 사례다.
이를 두고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양산시키며 성폭력 2차 피해를 일삼는 자는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거세게 질타하며 "성인지감수성이 결여된 공천과 선거를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후보자와 정당은 제대로 응답하라"고 성토했다.
여성계는 이번 선거에서 성평등 의제가 후퇴했으며, 여성은 선거의 들러리로 소비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민단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여성은 돌봄의 대상이나 수단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동등한 시민임에도 거대 정당들은 여성을 여전히 출산과 돌봄의 역할에 가두고 있으며, 성평등 사회를 위한 실질적 정책과 제도 개선 방안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권은 여성을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고 구조적 성불평등 해소를 위한 책임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지난달 18일 성명을 통해 "남성 독점 정치구조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풀뿌리 민주주의도, 성평등한 지역사회도 실현될 수 없다"며 12.3 내란 이후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겠다고 다짐했다면, 그 민주주의는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이 온전히 그 정치를 대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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