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ing for Mu | 6월호 월드리포트 | 마리끌레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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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rching for Mu | 6월호 월드리포트 | 마리끌레르 코리아

마리끌레르 2026-06-05 10:00:00 신고

3줄요약

네덜란드 사진가 파울 퀴피도(Paul Cupido)는 흘러가는 삶의 유한함과 그 안에 깃든 덧없음의 감각을 프레임에 담아왔다.

현재에 머무르는 태도로 셔터를 눌러온 사진가가 사라져가는 모든 것 속에서 발견한 고요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Paul Cupido, ‘Embrace (Chloé)’, <Séléné>, 2022
Paul Cupido, ‘Yumemiru-II’, <Searching for Mu>, 2017
Paul Cupido, ‘Suave’, <Searching for Mu>, 2016

동양철학의 ‘무(無)’라는 개념에서 출발한 프로젝트 <Searching for Mu>를 오랜 시간 이어왔다. 어떤 질문이나 마음가짐이 당신을 이 작업으로 이끌었나?

이 프로젝트는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들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모두 어떻게든 삶에 매몰되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가지만, 삶은 때때로 버겁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막 아버지가 된 마흔 즈음, 인생이 조금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과 함께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내 속에서 커졌다. 그 무렵 사진은 내게 일종의 치유 방식이었다. 재학 중이던 사진학과의 졸업 작품을 위해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일본으로 긴 여정을 떠났는데, 길 위에서 만난 현지인의 집에 머무는 동안 그가 내게 ‘무’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그때가 단지 우연이 아니라 오래도록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던 무언가를 조우한 순간으로 느껴졌다. 이후 오랜 시간 이 사유를 탐구하며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무’의 어떤 속성에 특히 매료되었나?

선종(禪宗)의 선문답이 이해를 허락하지 않듯, 이 개념 역시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오히려 깊이 매료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 불가해함이 내게 묘한 위안을 주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도쿄에서부터 홋카이도의 아바시리(網走)까지 순롓길을 걷듯 여행하며 마주한 자연 풍경이 담겨 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오던 시기에 자연 속에 머물며 계절과 삶이 순환하는 과정을 바라본 경험은 내게 깊은 깨달음을 안겼다. 우리는 모두 아주 짧은 순간 이곳에 머무르지만 삶 자체는 계속 이어진다는 것, 사라지는 모든 것은 결국 또 다른 생명을 위한 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

삶의 순환, 그리고 자연의 고유한 리듬은 당신의 작업 전반에 반복해 등장하는 주제다. 섬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지금의 작업 세계에 어떤 흔적을 남겼나?

내가 나고 자란 네덜란드의 테르스헬링(Terschelling)섬은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바다가 있었다. 등대의 불빛이 4초에 한 번씩 내 침실을 스쳐 지나갔고, 조수와 달의 영향으로 하루에 두 번 물이 차오르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썰물 때에는 육지까지 걸어갈 수 있을 정도였지만, 밀물 때면 그 길이 물에 잠겨 사라지곤 했다. 그때 본 경이로운 풍경, 조수의 흐름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리듬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내 작업 안에 계속해서 돌아오고 있다.

당신의 작업은 늘 특정한 장소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풍경 앞에 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는 무엇인가?

새로운 장소는 늘 손님의 마음가짐을 요구한다. 존중을 품은 채 겸손한 태도로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온 나무와 돌, 그리고 그 장소가 품은 역사 앞에 잠시 머무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야 비로소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찬찬히 관찰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당신의 사진에서는 특정한 피사체보다 그 안에 흐르는 기운이나 분위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무형의 감각을 이미지로 옮기는 당신만의 방식이 궁금하다.

대상을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온몸의 감각을 동원해 그것을 느끼는 방식으로 작업에 임한다. 온전히 열린 상태에서는 굳이 피사체를 찾으려 애쓸 필요가 없다. 대신 어떤 진동이나 불꽃 같은 것, 말하자면 어린아이가 품는 경이의 감각이 저절로 찾아온다. “와, 정말 아름답다” 하는 감각 말이다. 아마도 바로 그 순간 이미지 아래에 특정한 감정이 스미는 듯하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거나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온전히 느끼고 살아냈기 때문에 담길 수 있는 감정인 셈이다. 가령 나무를 찍을 때도 단순히 나무의 형태만 찍는 것이 아니라 그 주위의 숨결까지 담으려 노력한다.

Paul Cupido, ‘Diamond Veins’, <Séléné>, 2022
Paul Cupido, ‘Le Grand Saut’, <Drifting Stones>, 2023

직관에 기대어 작업하다 보면 불확실성과 마주하는 순간도 많을 것 같다. 그 시간을 어떻게 통과해나가나?

그런 순간이 자주 찾아오지만, 이제는 불확실성 자체를 내 작업의 본질적 부분 중 하나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리는 때때로 온갖 뉴스, 타인과 비교하는 심리, 경쟁하려는 욕망 같은 것에 사로잡힐 때가 있지 않나. 이런 외부 요인이 내면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하고, 이는 곧 우리가 이성과 논리 안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관에 의지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다시 그저 존재 자체에 집중하는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내 안의 소음이 잦아드는 순간 안정적인 상태로 다시 자리 잡으리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작업해나가고 있다.

한 폭의 회화처럼 느껴지는 표현 방식 역시 인상적이다. 편집과 인쇄 과정에서는 어떤 실험을 이어가고 있나?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는 기술적인 부분을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우연과 예기치 못한 순간이 개입할 수 있는 스냅숏같은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튜디오로 돌아온 뒤에는 인쇄 과정과 재료에 세밀한 주의를 기울인다. 특히 일본에서 들여온 아름다운 종이를 자주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종이를 제작하는 방법도 배우고 있다. 어떤 종이는 섬유질이 살아 있어 안료 잉크가 그 안에 미세하게 번지고 스며들면서 이미지가 회화처럼 물질화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삶의 유한함을 인식하는 관점은 당신의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인 ‘모노노아와레(物の哀れ)’와도 맞닿아 있다.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는 사실, 그 덧없음 속에서 당신은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하나?

모노노아와레 정서가 품은 아름다움은 사라져가는 순간을 붙잡으려 하지 않고 그저 스쳐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면서도, 그 순간을 깊이 감각하게 만드는 데서 비롯된다. 이는 단순한 미학적 개념이나 스타일로 소비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체험해야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정서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떠올려보라. 우리는 그 상태가 영원히 그대로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언젠가 변화하거나 다른 형태로 옮겨갈 거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 안에는 깊은 비애가 깔려있지만 동시에 어딘가 시적이고 묘한 평온을 품고 있다.

덧없음은 때로 공허나 상실의 감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당신이 그 안에서 발견하는 희망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서구에서 공허는 흔히 결핍이나 상실과 연결되며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여러 동양 사상에서 공허는 빈 공간, 열려 있음, 잠재성과 연결된다. 나는 그런 빈 공간에서 영감이 생겨난다고 본다. 어쩌면 내가 계속 돌아가게 되는 아름다움도 바로 그런 것인지 모른다. 무언가로 가득 차 있지 않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어떤 고요한 열림 말이다.

작업 과정에서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의 중요성을 자주 이야기해왔다. 현재에 머무는 태도가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나?

오늘날 우리는 스크린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수많은 자극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주의력이 극도로 분산되어 있다. 이때 현존은 어떤 내적 침묵을 되돌려준다. 모든 것을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해석하기에 앞서 삶을 더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호수나 새, 혹은 일렁이는 빛을 바라볼 때, 왠지 그들의 일부가 된 것 같은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나라는 존재와 세계 사이의 경계가 잠시 옅어지는 이런 찰나에는 자아도 잠시 고요해진다. 나는 현존을 영원한 행복이나 긍정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삶의 유한함에서 비롯되는 덧없음과 연약함까지 함께 마주하는 일에 가깝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을 통과하면서 더 깊은 평화를 경험하게 되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들과 다시 연결될 수 있다. 현재에 머문다는 것은 결국 그런 일이 아닐까.

Paul Cupido, ‘Giant Bisou’, <Drifting Stone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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