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문성환 교수 | 4년에 한 번 열리는 FIFA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이고, 누군가에게는 산업이며, 어떤 나라는 국가 브랜드를 다시 쓰는 기회다. 우리는 흔히 월드컵을 '축구 축제'라 표현한다. 하지만 월드컵은 경제, 문화, 외교, 세대 감성을 동시에 움직이는 거대한 사회 현상에 가깝다.
한국 사회는 월드컵과 함께 성장했다. 2002년의 거리 응원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낯선 사람과 함께 어깨를 걸고 “대~한민국”을 외치던 경험은 공동체 감각을 회복하는 장면이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침체한 국민 정서 속에서 월드컵은 자신감을 되찾게 만든 집단적 기억으로 남았다. 스포츠 하나가 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국민감정을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다가오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역시 기대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먼저 경제적 파급효과다. 월드컵 시즌이 되면 스포츠 브랜드, 치킨 배달 산업, 유통업계, 광고시장까지 소비 흐름이 크게 움직인다. 최근에는 단순 오프라인 소비를 넘어 OTT, 유튜브 콘텐츠, 숏폼 플랫폼 등 디지털 스포츠 콘텐츠 산업이 함께 성장한다. 과거에는 경기 결과만 소비했다면, 이제는 선수의 패션, 인터뷰, 브이로그, 팬 문화까지 하나의 산업이 된다. 월드컵은 더 이상 90분으로 끝나는 축구 경기가 아니다.
관광과 국가 이미지 효과도 있다. 축구는 세계 공통 언어에 가깝다.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력과 스토리를 보여준 국가는 자연스럽게 국가 브랜드 가치가 상승한다. 해외 팬들은 축구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고 음식, 음악, 관광으로 관심을 확장한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선전은 단순한 스포츠 성과를 넘어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의 호감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지금 시대의 스포츠는 외교이며 콘텐츠다.
유소년 축구와 생활체육 활성화로도 이어진다. 월드컵 시즌이 되면 동네 운동장에는 다시 아이들이 늘어난다. 손흥민 같은 선수를 보며 꿈꾸는 아이들이 생기고, 부모들도 스포츠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엘리트 선수 육성이 아니다. 월드컵은 “축구를 해보고 싶다”는 감정을 만드는 힘이 있다. 결국 스포츠 산업의 뿌리는 생활체육이고, 생활체육의 시작은 동경에서 나온다.
물론 월드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일회성 열기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월드컵의 감동이 끝난 뒤 지역 체육 인프라, 유소년 환경, 지도자 처우, 스포츠 산업 구조 개선까지 연결되어야 진짜 효과가 남는다. 축제는 순간이지만, 시스템은 오래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월드컵은 여전히 특별하다.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하고, 서로 다른 세대를 같은 장면 앞에 멈춰 세운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던 함께 응원하는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월드컵의 가장 큰 효과는 경제 수치가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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