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지난 4월 2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주유소. 박지혜 기자
중동전쟁 여파로 불붙은 기름값이 장바구니 물가까지 밀어올리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3%대를 넘어섰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웃돈 것은 2024년 3월(3.1%) 이후 처음이다. 올해 1·2월 2.0%까지 낮아졌던 물가 상승률은 3월 2.2%, 4월 2.6%에 이어 5월 3.1%로 3개월 연속 오름폭을 키웠다.
이번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에너지 가격이었다.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4.2% 치솟았다. 러·우 전쟁 충격이 절정에 달했던 2022년 7월(35.2%)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는 경유가 33.3%, 휘발유가 23.1%, 등유가 21.7% 각각 올랐다. 석유류 가격 급등은 전체 물가를 0.92%포인트 밀어올렸고, 공업제품 물가 역시 4.2% 상승해 전체 물가에 1.40%포인트의 영향을 줬다.
유가 상승의 불길은 운송·여행 서비스로도 번졌다. 교통 부문 물가는 11.6% 상승하며 지출 목적별 항목 중 가장 높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특히 국제항공료는 유류할증료 인상과 5월 연휴 수요까지 겹치며 33.5% 급등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5년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엔진오일교체료(14.0%), 세탁료(11.3%), 주택수선재료비(5.0%) 등 석유류를 원재료로 쓰는 품목들도 줄줄이 올랐다. 해외단체여행비(26.3%)와 승용차임차료(25.7%)도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한동안 물가 상승의 완충재 역할을 해온 농축수산물도 이달부터는 그 역할을 내려놓았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기저효과와 고온에 따른 출하 감소 등의 영향으로 2.2% 올라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달걀(10.2%), 갈치(15.1%), 조기(14.6%), 쌀(13.5%) 등이 장바구니 부담을 키운 반면 양배추(-43.9%), 무(-27.5%), 양파(-18.5%) 등 채소류는 하락세를 유지했다.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3.3%로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OECD 기준 근원물가도 2.5%를 기록해 2024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물가 상승 압력이 에너지 부문에서 전 품목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다.
정부는 아직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외식 등을 보면 변동 요인이 아직 보이지 않고, 공급 측면 물가의 시차를 고려할 때 하반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은행 등은 공급 측면에 더해 수요 측면 물가 상승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어, 물가 3%대의 상방 압력이 얼마나 지속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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