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인스타그램 캡처 /@leeseunggi.official
가수 이승기가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 소유의 고급 빌라 전세 계약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가운데, 이사 직후 벌어진 보증금 증액 요구와 이자 미지급 사태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MBC ‘PD수첩’ 보도를 통해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면서, 향후 법정 다툼이 현실화될 경우 이 계약을 완전히 없던 일로 만들거나 취소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친분으로 시작된 권유와 '105억 원'의 기습 청구
사건의 발단은 친분에서 비롯된 입주 권유였다.
지난 2일 MBC ‘PD수첩’이 방송한 ‘MC몽과 회장님의 K팝 영업비밀’ 편에 따르면, 차가원 회장은 이승기에게 자신의 윗집이 비어 있다며 가까이 의지하며 살고 싶다고 지속적으로 전세 입주를 권유했다. 이승기는 이를 수차례 거절했으나 거듭된 호소에 결국 입주를 결정했다.
진짜 갈등은 이사를 마친 직후에 터졌다. 계약 당시 감정평가가 늦어진다는 이유로 정확한 전세 금액을 확정해 주지 않다가, 이사가 끝나자마자 당초 구두로 이야기했던 금액보다 3배 이상 높은 105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요구했다는 것이 이승기 측의 주장이다.
이미 이사를 마쳐 대안이 없던 이승기는 대출 이자를 끝까지 부담하겠다는 차 회장의 약속을 믿고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자 지급이 중단되면서 갈등은 격화됐다.
이에 대해 차 회장은 'PD수첩' 인터뷰를 통해 아티스트들의 대출 이자를 3년 동안 자신이 부담해 왔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다만 ‘PD수첩’은 해당 이자가 차 회장 개인 자금이 아니라 회사 자금으로 지급되었으며, 최근 수개월 전부터는 연예인들이 직접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3배 뛰었지만… 진짜 주변 시세와 비슷하면 '무효' 어렵다?
만약 이 사건이 본격적인 소송전으로 번진다면, 이승기 측은 계약을 처음부터 아예 없었던 일로 돌리는 '주위적 청구'로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 법률행위(폭리행위)' 주장을 내세울 수 있다.
이 조항은 상대방이 나의 곤란한 처지를 악용해 터무니없는 이득을 챙겼을 때 계약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법이다.
하지만 전세 계약의 특성상 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법에서 말하는 '터무니없는 폭리'를 판단할 때는, 내가 처음 약속받았던 금액과 나중에 요구받은 금액을 비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기준은 실제 요구된 보증금 105억 원이 그 동네의 객관적인 실제 전세 시세와 비교했을 때 상식 밖으로 비싼가 하는 점이다.
만약 한남동 일대의 실제 전세 시세가 원래 100억 원 안팎이 맞다면, 이승기가 예측한 금액보다 아무리 기습적으로 많이 뛰었더라도 법적으로는 '폭리'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이 가져가는 돈이 아니라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는 돈이다. 법원은 나중에 돌려받을 보증금 액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불공정 계약이라고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더해 이승기가 오랜 방송 활동을 통해 다져온 경제적 상황과 사회적 지위를 고려할 때, 재판부가 "이사를 마쳐서 당장 갈 곳이 없었다"는 상황을 법률상 보호해야 할 극심한 궁박 상태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출 이자 미지급 사태… 단순한 약속 위반인가, 처음부터 노린 사기인가
1차 주장인 '무효'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이승기 측이 내세울 수 있는 2차 주장은 민법 제110조에 따른 '사기·기망에 의한 계약 취소(예비적 청구)'다.
상대방의 거짓말에 속아서 엉뚱한 선택을 했다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법리다. 이사 전에는 낮은 금액을 말해놓고, 이사가 끝나자마자 3배가 넘는 금액을 요구한 행위는 분명 속임수(기망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대출 이자를 끝까지 부담하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깬 부분을 법원이 어떻게 보느냐가 진짜 관건이다.
처음에는 이자를 줄 생각이었는데 나중에 형편이 어려워져서 못 준 것이라면, 법원은 이를 사기가 아니라 단순한 '계약 불이행'으로 본다. 돈을 안 준 건 맞지만 계약 자체를 취소할 사유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계약을 사기로 취소하려면, 차 회장이 계약을 맺던 그 당시에 이미 이자를 대납해 줄 마음이나 능력이 전혀 없으면서 이승기를 속였다는 '고의성'을 이승기 측이 직접 증명해내야 한다.
차 회장 측이 실제로 3년 동안 이자를 지급해 온 사실이 있다면, 처음부터 속이려 했다는 고의를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까다로워진다.
'무효' 안 되면 '취소'로
법률 실무에서 계약의 '무효'와 '취소'는 동시에 선택할 수 없는 개념이다. 처음부터 계약이 아예 없었던 것으로 보는 '무효'와, 일단 유효했던 계약을 소급해서 깨뜨리는 '취소'를 판사에게 임의로 골라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법정 다툼이 현실화된다면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주위적 청구)을 1순위로 올리고, 이것이 통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사기로 취소하겠다는 주장(예비적 청구)을 2순위로 줄 세우는 '주위적·예비적 병합'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정석이다.
MBC ‘PD수첩’ 보도 이후 차 회장 측이 보도 내용의 왜곡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만큼, 향후 법정에서 계약 당시 속일 의도가 있었는지와 빌라의 실제 시세가 얼마였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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