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감독체계 비춰보는 거울" 관영매체도 폭로전 지지…자성론 확산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과학계를 대표하는 한 원로 학자가 중국 학계의 연구 부정행위를 강도 높게 비판해 파장이 일고 있다.
4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라오이 베이징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11일 저장성 닝보 동방이공대학에서 '중국 과학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중국의 과학 분야 학술 부정행위가 세계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라오 교수는 중국의 연구 부정행위가 연구 규모 확대에 따라 사례가 늘어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정행위 비율 자체가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영국과 프랑스는 100여 년 전 일부 사례가 있었지만, 역사적 스캔들로 남았고 미국 역시 과학 발전기 동안 대규모 연구 부정행위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가 학생들을 이끌고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그 학생들이 사회 각 분야로 진출해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그 영향은 과학계를 넘어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대학과 정부 기관이 보다 엄격한 감독과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중국 과학계의 구조적 문제로 학술 칭호, 연구비, 승진 체계가 결합한 성과주의 문화를 꼽았다.
'우수청년과학기금', '원사'(院士) 등 각종 학술 칭호를 중심으로 한 보상 체계가 구축되면서 연구 성과보다 승진과 이익이 우선되는 풍토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학계에서 각종 학술 칭호를 일컫는 이른바 '모자'(帽子)가 경제적 이익과 권력에 깊이 결부되면서 과학 연구가 진리 탐구보다 출세 수단으로 변질했다고 비판했다.
라오 교수의 비판은 최근 중국 학계에서 잇따르는 연구 윤리 폭로와 맞물려 중국 과학기술 발전의 그늘을 드러낸 내부 비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과학 인플루언서 '겅퉁쉐'(耿同學)는 최근 유명 대학 학장과 국가급 연구자들을 상대로 데이터 조작과 이미지 변조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며 학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도 논평을 통해 이러한 폭로 활동을 "국내 학술감독 체계를 비춰보는 거울"이라고 평가하며 연구 윤리 문제를 둘러싼 중국 과학계의 자성론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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