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등 '대어' 놓칠라"…中 해외주식 단속에 투자자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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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등 '대어' 놓칠라"…中 해외주식 단속에 투자자 발동동

이데일리 2026-06-04 10:14:25 신고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당국이 자국민의 미국 등 해외 주식 투자를 옥죄고 나섰다. 스페이스X, 앤스로픽 등 미국 기술기업의 잇단 기업공개(IPO)로 본토 자금이 미국 증시로 쏠릴 조짐을 보이자 자본 유출 차단에 나선 것이다. 중국 투자자들 사이에선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AFP)


◇본보기 벌금에 계좌 묶여…최대 49조 동결 위기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최근 몇 주 동안 투자자들에게 공식 채널을 통해서만 해외 주식을 사도록 지시했다. 동시에 규제 허점을 이용해 거래를 중개해온 증권사들을 상대로 단속에 나섰다.

증감회는 본보기로 3개 업체에 벌금을 부과했으며, 홍콩 당국도 곧바로 12곳을 추가로 경고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기존 투자자들은 단속 대상 증권사 계좌에 2년간 접근할 수 있지만 매도와 인출만 가능하며 새로 주식을 살 수는 없다.

규제 대상이 된 3개 증권사는 무허가 국경 간 증권업을 영위한 푸투홀딩스, 타이거브로커스, 롱브릿지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푸투와 타이거 주가는 벌금 소식에 30% 가까이 떨어졌다가 이후 회복됐다. 시틱증권 계산에 따르면 최대 320억달러(약 49조원)에 달하는 본토 투자자 자산이 규제를 받거나 결국 청산해야 할 수 있다.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38세 직장인 스테퍼니 펑이 규제를 처음 체감한 것은 휴대폰에 뜬 팝업 메시지였다. 신분증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시틱은행 인터내셔널의 증권계좌에 접근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펑은 “이틀간 계좌 담당자에게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며 “거래하는 데 이런 인증이 필요했던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당 약 30달러에 사들인 AMD 주식을 포함해 200만위안(약 4억 5238만원) 규모의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AMD 주가는 현재 500달러에 육박한다.

◇‘대어’ 줄상장 예고에 커지는 조바심

이번 단속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IPO 세부 계획을 공개한 지 며칠 만에 나왔다. 스페이스X IPO는 미국 기술주에 대한 막대한 관심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되며, 앤스로픽도 이번 주 IPO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스페이스X는 기업가치 약 1조 7500억달러(약 2683조원)에 최대 750억달러(약 115조원)를 조달하는 것이 목표다. 성사되면 2019년 사우디 아람코를 제치고 사상 최대 규모 IPO가 된다. 앤스로픽도 지난달 말 9650억달러(약 1479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데 이어 이번 주 IPO 서류를 냈다. 다만 비공개 제출이어서 공모 규모와 주식 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오픈AI 역시 지난 3월 8520억달러(약 1306조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받은 뒤 올해 4분기 상장을 준비 중이다.

좀처럼 손에 넣기 어려운 ‘대어’가 잇따라 상장을 예고하면서, 중국 투자자들로선 막대한 수익 기회를 눈앞에서 놓칠 수 있다는 조바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중국 당국은 오랫동안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규제·단속을 강화해왔지만, 중국 내 해외 주식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다. 부동산 시장 붕괴 이후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미국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공식 허용된 적격국내기관투자자(QDII) 프로그램의 뮤추얼펀드 투자액은 지난 2년 동안 3배 넘게 늘어 3729억위안(약 84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85% 이상이 개인 투자다.

(사진=AFP)


◇엇갈리는 셈법…본토 투자자 박탈감 커져

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펑은 “현금화한 뒤 미국이나 싱가포르로 돈을 옮길 수도 있다”며 “자산 일부를 해외로 옮기는 데 많은 공을 들였는데 왜 다시 가져와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미국 자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깔린 신호’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들도 있다. 중국계 증권사 홍콩 법인의 진 양은 “위안화 자산으로 갈아타려는 고객이 몇 명 있다”며 “그들은 지금 중국이 더 강한 위치에 있으며, 앞으로 달러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베이징 투자자 자오밍도 “미국 구조화예금을 모두 환매해 위안화로 바꾸려 한다”며 “스페이스X나 오픈AI가 흥미롭게 들릴 수 있지만 거품이 언제 꺼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본토에도 매력적이고 위험이 낮은 금융상품이 충분하지 않다. 위안화 정기예금 연 수익률이 2%도 안 된다”며 규제 당국이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콩 주민이나 외국 여권 소지자는 단속에서 대체로 비켜나 있어, 여전히 계좌 개설에 몰리고 있다. 단속의 칼날이 본토 투자자에게만 향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똑같은 ‘대어’를 두고도 신분에 따라 기회의 문이 갈리면서 본토 투자자들의 박탈감 또는 포모(FOMO) 심리도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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