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양대산맥인 '마운자로'와 '위고비'가 각각 용량 확대와 임상 데이터 보강에 나서면서 '2라운드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공급 확대 단계를 지나 고용량·고효능 경쟁 국면에 진입하면서 시장 성장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릴리가 오는 10일 국내에서 '마운자로' 고용량(12.5mg·15mg) 제품을 선보이며 기존 4단계 용량에 더해 풀라인업을 완성했고, 노보노디스크는 글로벌 학회를 통해 '위고비' 고용량 데이터를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초기 양사 경쟁력은 처방 접근성과 공급량이었으나, 이제는 고용량 제품에서의 효능과 안전성이 핵심 비교 지점"이라고 말했다. '누가 더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느냐'가 승부처로 부상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릴리는 마운자로의 12.5mg과 15mg을 추가해 단계별 치료 옵션을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낮은 용량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증량하는 GLP-1 계열 특성상, 고용량 제품 확보는 의료진이 환자 상태에 맞춰 보다 유연하게 처방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특히 고용량 구간에서는 체중 감소 폭이 더 커질 수 있어,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감량 성과를 중시하는 환자 수요를 흡수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의 고용량 데이터를 공개하며 반격에 나선다. 이 회사가 최근 유럽 비만학회에서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위고비 7.2mg 고용량 투여군은 감소한 체중의 84%가 지방이었고 복부 내장지방은 30% 이상 줄었다. 반면 근육 기능은 위약군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시장에선 양사의 경쟁이 같은 비만 치료제 안에서 다양한 용량을 기반으로 어떤 수준의 감량 효과를 제시할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좁혀지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성장세는 이런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연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30% 성장해 오는 2030년 2000억 달러(303조 7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앞서 시장조사기관 모건스탠리 등이 분석한 2030년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전망치는 평균 980억 달러(148조 8000억원) 규모였다. GLP-1 계열 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 매출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조사기관에서 기존 전망치의 두 배가 넘는 시장 형성을 예고한 것이다.
이처럼 비만 치료제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단순한 다이어트 수요를 넘어선 질환 인식의 변화도 있다. 비만은 당뇨병과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수면무호흡증 등 다양한 질환의 출발점으로 여겨지고 있어 치료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향후 경쟁의 축이 체중 감량을 넘어 적응증 확장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한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심혈관질환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을 줄인 임상 결과를 확보했고, 티르제파타이드는 비만 동반 심부전 환자에서 증상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또 미국에서는 티르제파타이드 계열 약물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제로 승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약이 대사질환 전반의 치료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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